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산등성이 마저 는개비에 가려 보이지 않더군요. 엊그제 부러진 우산을 버리고 새로 우산 하나를 샀습니다. 아, 눈 앞에서 속절없이 떠나는 버스를 보내고서였지요. 물론 내가 꼼지락거려서 놓친 버스지만 바로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우라질! 잘도 늦더니만 오늘은 칼이네. 염병 지랄이네!"
그제야 알았습니다. 비가 온다는 것을...
때로 몰려가는 바람에 낙엽이 미친 듯이 몰려가고, 구멍이 휑한 가슴엔 돌개바람에 태풍이 불어오고 불어 가더군요.
그저 하는 말입니다. 신 내린 무당의 점꾀도 믿지 않는 나인데 그깟 sns의 소소한 운세 따위를 믿겠냐만, 지친 시간에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자정을 넘기는 시간이면 늘 카카오스토리가 주는 운세의 재롱을 반겼습니다. 근데, 어제는 그러군요.
긴 기다림 끝에 더한 기다림이 있을 운세입니다!
"제기랄! 지랄들을 하셔요!"
생각해보니 그렇더군요. 원망할 것도 책망할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게 그저 내 탓입니다. 이렇게 살았으니 받는 벌입니다. 아플 만큼의 죄를 지었을 테고, 외로울 만큼의 못됨이 있었을 게 분명합니다. 다만, 사람이라서 안으로 굽는 팔을 바라만 보았을 터입니다. 그래요. 무슨 말을 중언부언하겠어요. 그래서 그랬겠지요. 참 무섭고 두려운 말인데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알려줍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더 긴 기다림이 기다리는 운세라니요?"
차라리 그런 말이 오히려 심기가 편하겠구나 했습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으로 죽을 운세입니다!"
정말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해주시어요. 미련이고, 후회고 하는 따위의 말들 중얼거릴 시간도 허락지 마시고, 자는 듯, 취한 듯, 날벼락으로 번뜩여 거두어주시길 빕니다.
편이 있네, 없네? 타령하는 모습이 구차하지요. 안개는 때때로 몰려들고 햇살은 희망고문처럼 내리쬐기도 하지요. 탈수한 빨래 채 마르기나 할까 싶은 조막 햇살은 고문입니다. 그런 햇살 한 줌 부여잡고 살았나 싶네요. 아, 아닙니다. 떼쓰는 애처럼 두 발 동동거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가을비가 징그러웠습니다. 마치, 울어라! 울어라! 차창에 달라붙어 멸시하고 조롱하는 비였다고 할까요?
긴 기다림의 운세는 모르겠고 정말 지겹고 지겨운 하루를 겨우 보내기는 했네요. 사는 게 다 그렇다지만 정말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