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을 다오

말은 꽃 되고 너울너울 파도 되리니...

by 이봄

겨우내 목 길게 빼고

기다리던 너

봄날의 첫날 나비로 날았다.

바람이 불고 띄엄띄엄 가뭄의 콩밭처럼

성기게도 날리더니 소리도 없고

소문도 없던 순간에 엄지손톱 굵다랗게

보시어요? 보시어요!

사뭇 당당하였다.

어쩌면 좋으랴!

심장은 덜컹 떨어지고 닭살 돋은 난

"어쩜 좋니? 눈이야, 눈이 내려!"

경자년 입춘에 너는 내렸고

보송보송 햇살 같은 봄은 오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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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슬강아지 촐랑이며 눈밭을 뛰놀았다.

뭐가 저렇게 좋을까?

멍하니 바라보다가 너 온다 하니

다를 것 하나 없는 강아지가 됐다.

"왜 울어요? 이렇게 좋은 날에..."

"너무 좋아서 그래. 좋아도 눈물이 나네!"

소설책 한 권 쓸 줄 알았다.

오히려 한두 권의 책으론 말이 넘쳐

봇물로 터지겠거니 했다.

좋아도 울듯

말이 넘치고 감정이 끓으니 차마

잇지 못할 게 말이다.

그래도, 그래도 아쉽고 벅차서

경자년 입춘을 남긴다.


"너의 말을 다오! 내게로 온 말은

꽃으로 피고, 푸른 파도로 넘실거리다가

마침내 창공의 새가 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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