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워 행복한 날

나는 종일 웃었다. 너 보며...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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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오락가락 봄비 흩뿌리더니

널 만났을 때는 제법 으스대며 내렸다.

아스팔트는 이미 촉촉이 젖어들고

오래된 와이퍼는 드드득 뜨득

요란을 떨며 차창을 닦았다.

미끄러지는 빗방울은 발버둥 치며 매달리고

드드득 뜨득 손사래 치는 와이퍼는

계면쩍게 웃었다.

"에이고야!. 계면쩍어 마라. 늙은 너야

뭔 죄 있을까?"

이별은 가깝고 꼼지락 게으름은 그보다 더

가까워서 문제겠지.

그래도 좋았다. 입꼬리 찢어지는 거

또 뉘라서 입꼬리 찢어지게 할까?

각자 스마트폰 바라보다

순간 마주치는 눈길에도 씩 웃고야 말았다.

이것 좀 봐봐?

조그만 화면 하나로 너도 웃고 나도 웃었다.

어떤 말을 떠들었는지?

알 수도 없는, 그저 수다가 좋다 해야지.

나목들 줄지어 선 숲에는

숨죽인 바람이 까치발로 지나치고

그래서 그런가 내리는 봄비마저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수다가 행복한 날이라고 떠들고야 마는

나라고 정말 수다스러웠을까?

조근조근 은근슬쩍 속삭이고 훔쳐보면서

콩닥이는 가슴 억눌러야만 했다.


"수다가 행복한 날에 난 널

바라보며 종일 웃었어!"

문자를 보냈더니 너는 되물었다.

"폰만 만지작거리다 갔는 걸. 그래도 그래?"

이미 난 널 봤을 때부터 그랬다고 했다.

말은 꼭 입으로 해야만 하는 건

아님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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