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비빔면에 소주 일 병, 자축하였다
방금 가을이 오시었다
귀뚜라미는 하나같이 목이 쉬었는데도
울기를 멈추지 않는다
베짱이며 여치며 그 밖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녀석들까지 쉰 소리로 울음을 울었다
"가을이예요, 가을!"
하도 호들갑을 떨고 재랄을 떨길래
노란 양은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렌지에 올렸다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이렇게 8도민이 사랑해 마지 않는다는
비빔면을 팔팔 끓이고는
펄펄 뛰놀 면발을 기대하며 냉수에 샤워를 시켰다
마법의 액상스프를 찢어 골고루 비비니
명불허전 일미랄까?
냉장고에서 눈을 껌벅이던 꽁치도 불러내어
밥상머리에 앉히고는 영원한 나의 동지
'참이슬 일 병'을 호출 하였다
이해를 돕자면 '참 일병'은 귀신 잡는 해병이다
빨간 팔각모를 질끈 눌러쓰듯
참 일병도 빨간 머리다
아닌가? 해병은 빨간 명찰이었나?
뭐면 어떠랴...자다 일어나 오시는 가을을 영접함이
주제요, 명제요, 과제요, 기둥 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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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하늘과 땅, 천당과 지옥, 희망과 좌절, 남과 여 등등
하여튼, 비교되는 극과 극의 어떤 말을 가져다
붙여도 좋을 극명한 대비가 일어났다
덥다 덥다를 넝마 광주리에 주워담듯
오늘은 춥다...란 말을 주책없이 내뱉고는
'간사하여라, 인간아!'
얼굴을 붉혔다. 그래도 어쩌랴
이른 아침 볕이 퍼지기 전 바람은 추웠다
덥다와 춥다,를 오가는데에 필요한 시간은
불과 하루, 24시간
그 대단한 가을이 오시었으므로 자축의 잔을
든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자다 일어났어도 그렇고
불면으로 벌겋게 충혈된 놈도 그렇다
귀하신 임 오시었으니 버선발로 뛰어나가
'오시었어요? 오시었군요!'
감읍해 눈물 몇 방울 훔쳐가며 반색함이
옳다 하겠는데 음주도 않은 맹숭밍숭
맨정신에 어찌 눈물을 훔칠까 하여
참 일병 대동하여 대동단결 반기었음이야...
그나저나 팔도의 어르신은
위에 나열한 8도민의 대동단결을 꿈꾸시어
팔도비빔면을 만드셨는지 아니면
'우리끼리' 행복하자 하셨는지 궁금도 하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 남,북도
전라 남,북도 경상 남,북도 제주도
어라? 8도가 아닌 9도...였네
그럼 그렇지 내가 사랑하는 팔도는
역시나 겨레의 팔도였어서 다행이다
에혀, 참으로 다행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