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돋은 담장처럼

말들은 꽃으로 피었다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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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한 줌 돌담에 돋았다.

개나리며 돌나물 앞다퉈 삐죽이고

담장 너머 산유는 짐짓 거들먹였다.

산허리 잘라가며 피는 놈들도

입을 모아 수다스럽더니

연분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

널 뛰듯 그네 타듯

아롱아롱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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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던 날에

빨래터에 쌓인 말들은

함지박 하나쯤 뒤집기에 충분했고

때로는 탱자나무 울타리에

가시덤불로 따끔거렸다.

그렇더라도

돌담처럼 쌓인 말들은 결국

예쁘장한 꽃송이 몇몇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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