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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그래도 향기로와 꽃

꽃잎 떨어져도 꽃은 꽃으로 남는다. 다만 바라보지 않을 뿐....

by 이봄

꽃은 새벽 어둠이 채 물러나지도 못한 이른 시간에 피었다. 도르르 말려있던 꽃잎 다섯, 옹아리로 말문을 여는 아이처럼 그렇게 옹아리로 꽃잎을 펼쳤다. 개화의 시간은 짧아서 동산에 달이 뜨고 하늘에 별이 쏟아질 무렵 서둘러 꽃잎을 말았다.


또르르 꽃잎을 열었듯이 피었던 역순으로 꽃잎을 말아 입을 닫았다. 하루의 짧은 사랑. 길어 추하지 않았고 머뭇거려 미련을 남기지도 않는, 오히려 단호하고 대담한 몸짓. 꽃은 그렇게 피었다가 짧은 열정만을 남기고 지었다.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다. 마른 땅에 먼지 풀썩이며 내리던 비는 칠흑같은 밤을 건너 새벽이 깊을 때까지 쉼 없이 내렸다. 쏴아아 쏴아, 소리도 요란하게 내리던 빗줄기 속에서 피었던 꽃이 안타까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비오는 날 피었다 지는가?

물레나물꽃의 암술과 씨방

비 그친 시간, 낙화의 안쓰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노랗게 번지거나, 혹은 붉게 스미거나, 아니면 연초록의 풋내음으로 흘렀다거나"하는 남겨진 너의 모습은 아른하게 향기로왔다. 한참을 바라보다 나른하게 밀려오는 형형색색의 조화로움에 머리는 아득했다.


머뭇거려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산에 오를 때 보지 못했던 그 꽃, 내려올 때 보았다는 것처럼 뒤처져 느리게 걸어야만 보이는 그것에 때로는 가슴이 뛰고, 마음이 설레여 행복하기도 하다. 천천히 걷다가 마주하는 고인 물결처럼 때로는 허리숙여 바라 볼 무엇이 있다.


내리는 장맛비를 핑계삼아 '너 예쁘구나!' 제대로 칭찬의 말도, 보아줄 시간도 없어 미안하고 안쓰러웠는데, 너는 또 내게 이토록 아름다운 뒷모습을 유언처럼 남겼구나. 그래, 기억하마. 오래도록 잊히지 않게 문신을 새기듯 가슴에 담아두마.


2016년 7월 2일, 꽃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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