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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에도 봄은 오는가
중복中伏놀이
맞아, 맞아 난 혼자서도 잘 놀아!
by
이봄
Jul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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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대책이 없어.
기껏해야 연신 부채를 놀리거나 옷고름
살짝 풀어헤쳐 앞 섶을 여는 게 전부인데
어디 그 정도로 성에 차기나 하겠어?
잔뜩 독이 오른 무더위가 어디
호락호락 물러나거나 짐짓 모른 체 돌아 앉아
그래, 한 번 봐줬다
아량을 베풀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말아.
역부족이고, 백기 투항일 뿐이야.
긁어 부스럼이라고 어설픈 싸움은 오히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 격이겠지.
차라리 그럴 바에는 '날 잡아 잡수~~!' 하고서
꼬리는 착착 접어 다리 사이로 쑤셔 넣고는
그저 납작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거야.
"한 번만 살려주세요!"
빌고 또 비는 게 장땡일 때도 있어.
체면이고 뭐고 나불거릴 때가 아닌 거지.
구겨진 체면이나 망가진 자존심은
마음 깊은 곳에 넣어 두는 게 좋아.
아예 버리라는 건 절대 아니야.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고 때로는
쓰디쓴 쓸개를 씹을 줄도 알아야 해.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견딜 줄 아는 건
커다란 미덕이요, 힘 일수도 있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 權不十年이라고 설마 하니
하릴없는 백수 선조님들이 농짓거리로
만든 말이겠어?
다 뜻이 있고 깊이가 있는 말인 거야.
붉은 꽃도 십 일을 못 가고 십 년을
넘기는 권세도 없다잖아.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는 하지만
그러다가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어.
두루미 한 마리 떨어뜨렸다 해봐
멸종위기 1급 보호종 밀엽꾼으로
쇠고랑 차는 거 순간이거든.
그러니까
지나가는 비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요
서슬 퍼런 권력에는 꼬리를 접는 거야.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염불을 외는 거지.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긴 장마가 연일 비를 뿌리더니만
삼복더위는 멀찌감치 물러나 절치부심
때만 노리고 있을 거야.
가장 극적이고 절묘한 순간에
짜잔 나발을 앞세우고 광대패를 몰아
흥을 돋울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나저나 더위가 신통치 않아 그랬는지
뽀얀 속살을 살포시 드러내고
복스런 허벅지에 배시시 꼰 다리로
"우후~~~! 오늘 저 어때요?"
유혹의 윙크 무지막지하게 날리시던
그녀의 관능미를 찾아볼 수가 없는 거야.
깨톡 깨톡 방정맞게 날아드는 그런
사진 따위에 침 흘릴 나도 아니거니와
그나마 정성을 높이 사
"맛있어 보인다. 맛나게 먹고 힘내셔!"
접대의 말을 아주 접대적이지 않은 말투로
날려주었을 터인데 아쉽고 서운했어.
물론 가끔, 아주 가끔은 가뭄에 콩 나듯
불판에 누워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장어의
유혹에는
살짝 마음이 흔들리더라.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아.
그러면서 아닌 척, 아니면서 그런 척도
다 웃기다 싶기도 하고....
물론 그랬어. 맞아. 같이 숟가락 들 사람이
없었다고 나발을 불 이유는 없잖아.
동네방네 시끄럽게 주사라도 부릴까?
게다가 있잖아.
원래 난 혼자서도 잘 놀아.
혼자서 멍 때리기 삼매경으로 낮밤을
보내는 게 즐거움 중 하나 일 때도 있지.
어제 그러니까 중복이라는 날
나도 나름의 복달임을 했거든.
달걀 두 개 프라이팬에서 썬텐을 하고
샛눈을 뜨고 들여다봐도 도무지
형체를 구별 못할 멸치 떼를 양념 삼아서
향기 좋은 김에 쌈을 쌌어.
한 입 크게 쌈을 싸서 먹는 맛이란
믿을지 모르겠지만 가히 일품이었어.
게다가 있잖아 그 뼈대 있는 가문의 멸치는
어여쁜 님이 손수 볶아주신 멸치였거든.
아, 그래서 그런가 복달임보다는
복놀이가 더 맘에 닿았지.
시원한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서
물놀이 푹 빠진 꼬마가 마냥 웃더라고...
복 중 놀이가 뭐 별거던가?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내가
거기에 있는 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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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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