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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에도 봄은 오는가
사탕 한 알
달그락달그락 녹여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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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Aug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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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 급한 놈은 말이야 사탕 한 알도
제대로 먹을 줄을 몰라.
후닥닥 뚝딱 해치워야 하는 것도 있어.
당연하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 뭐야? 불에 타지 않는 장갑을 뒤적뒤적
찾아서 끼고 멀찌감치 집어 들 집게까지...
그럴 여유가 어디 있어?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러면 미친 거야.
그렇지만 생각해 봐. 우리 일상에서
화급을 다투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생각보다 많지가 않을 거야.
뉴스를 보면 매일 화재가 나고 인명을
앗아가는 교통사고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난리법석 장난이 아니지.
당장이라도 염라대왕을 영접할 것만
같지만 사실 염라대왕이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는 거, 일주에도 못해도 대여섯 명의
로또 당첨자를 보면 당장이라도
복권방으로 달려가야 맞지 않겠어?
통장에는 이미 나를 위해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돈을 채워 넣고는
마냥 하냥 기다리고 있는 거야.
예금주'란에 이름만 적어 넣으면 되는데
방구석에 처박혀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면
직무유기고 자본주의에 대한 반역이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
느긋함이 차고 넘쳐 소가 될 만큼 게으름을
피워도 달아날 통장은 애초에 없어.
그러니까 뒹굴뒹굴 데굴데굴
방바닥을 뒹구는 번데기여도 좋아.
내가 알기로 서둘러서 좋은 일은 단 하나야.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거라서 서두르고 서두를 일이야.
휘번쩍 번개가 치고 우르르 쾅 천둥이 치면
재빠르게 콩 서너 포기 뽑아다가
번갯불에 던지는 거지.
세상에 둘도 없는 진미, 구운 풋콩은
번갯불에 구워야만 하거든.
오죽 맛있으면 그러겠어!
"번갯불에 콩 굽는다"라고....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라도 만난 줄 만
알았지 뭐야. 어찌나 아드득 아득
이를 갈던지 꼭 그런 줄 만 알았어.
"사탕 하나 먹을래?"
건넨 사탕이 철천지 원수를 소환할 줄,
그럴 줄 알았으면 어디 사탕을 건네기나
했을까 싶었던 거야.
오물오물 달그락달그락
혀로 굴리고 이로 어르고 녹여야
달달한 사탕이 제대로 속살을 보여주지.
윽박지르고 위협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
사시나무 떨듯 떨던 사탕은 몸에 좋은
탕약으로 변할지도 몰라.
떨리는 가슴 겨우겨우 진정시키고서
까치발 걷듯 조금조금 다가가 마침내
잡았던 순이의 손은 얼마나 따뜻하고
향기롭던지 심장은 뛰고 정신은 아득했어.
그러다가 또 몇 번의 만남을 더하고서
훔친 입술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지.
태풍이 불고, 땅은 갈라져 휘청였어.
기다림 끝에 맛보는 달콤함이 거기에 있었지.
손을 잡고, 깍지를 끼고, 보안등 희미한
골목에서 어정쩡 안아보고는
삼십육계 꽁지를 빼던 마음이 정말 달콤했어.
그래서 말인데
사탕은 달그락달그락 녹여 먹는 거야.
아드득 아드득 원수를 만나 이를 갈 듯
씹어 먹으면 토라지고 말아.
몸에 좋은 걸 먹고 싶으면 탕약을 먹어.
사탕이 탕약이 된다면 어째 슬플 거 같아.
"날마다
말마다"
달그락달그락 사탕 한 알 먹고 싶어!
그것도 천천히 혀로 굴리고 이로 어르면서....
keyword
사탕
캘리그라피
감성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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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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