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듣는 둥 마는 둥 노래를 듣던 남자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렇게 흘러나오는 노래마다 꼭 내 얘기인지 모르겠다. 구구절절 심금을 울리고 가슴팍을 적시기에 충분해서 오히려 지랄 맞고 청승맞았다.
뜨겁던 커피는 차갑게 식고 문에 시선을 고정한 남자는 가슴이 뜨거워졌을 터다. 입술은 바짝 말라 죄 없는 엽차만 홀짝였겠지. 멀뚱이 앉은 커피는 주인을 잃고서 어찌할 바를 몰라 더욱 쓸 테고 드나드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남자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 남자는 제쳐두자. 남자를 애타게 기다린 건 아니니까. 몸매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도 일단은 시선에서 제외해야겠다. 키가 아담하다거나 아니면 아담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더더욱 옆줄로 세워야만 한다. 남자가 기다리는 그녀는 분명 오동통을 넘지 않을 터였고 트렌치코트가 기가 막히게 어울릴 터여서 키가 작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날씬한 몸매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그런 여인만 죽어라 하고 살피면 되는 거였다. 아니, 되는 게 아니라 그런 그녀를 기다렸는데 커피가 다 식도록 그녀는 오지 않았다. 지지직거리는 레코드판이 몇 번을 돌았고 미스김의 짜증 섞인 엽차 잔만 탁자에 쌓였다. 그것도 탁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남은 커피 한 잔을 다 마시도록 전화도, 메시지도 한 통 오지 않았다. 하긴 종일토록 오지 않은 전화와 메시지였는데 그 짧은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올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딱히 기다린 것도 아니어서 서운하거나 아쉬울 것도 없었는데 그놈의 마지막이란 말이 주는 여운일 터였다. 게다가 그 마지막 커피란 게 또 그렇다. 아주 아주 멀쩡하게 생긴 녀석이 뭐라더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나 뭐라나 너스레를 떨면서 카페 지붕에 걸터앉아 발장난을 쳤었지. 내 안의 작은 카페 뭐어~~ 누!'라나 하면서.... 웃기지? 녀석의 이름이 만인의 연인이라서 공유란다. 그렇게 예쁨 받으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셨는지 아님 기획사 사장님이 지었는지 모르겠다만 이름처럼 여인네들이 꽤나 많이 연인으로 공유를 한다더라만. 그러니까 그런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커피 한 잔을 다 마시도록 연인은커녕 연인 비스무리한 사람에게서 문자 한 통이 없었다. 기다리지도 않았다만 어째 조금은 서운하다. 어째 서운해줘야만 할 거 같은 밤이다. 그래서 난 서운함 한 조각 가슴에 품고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아, 그랬구나! 그녀가 내 속을 태우고 있었구나. 생각해 보니 나쁜 그녀였네. 남의 속을 새카맣게 태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내일은 커피를 사야겠다. 오지도 않는 그대를 기다리려면 식어 갈 쓴 커피 한 잔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