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쓱 싹싹

추억을 지우며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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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신 항목을 지우시겠습니까?

취소, 지우기....

꼬박 삼십여 분을 매달려

씨름을 했나 봅니다.

뭔 놈의 말이 그렇게도 차고 넘치는지

삼복더위에 굵은 땀 쏟아내는

씨름선수가 따로 없었지요.

하기사 몇 년의 시간이 쌓였는데

고작 몇 초라든지

몇 분의 매달림 만으로 지울 수 있었다면

오히려 서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쌓였던 말들이 많았다는 건

추억할 것들이 많다는 얘기니까요.

쓱쓱 싹싹 지워내고 삭제를 했다 하더라도

내 머릿속 지우개도 아니고

여기저기 남는 흔적이야 어쩌겠어요.

곧은길이 굽은 길쯤 되었다 해야지요.

남겨서는 안 되는 것들과

남겨 부끄러운 것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때로는 지우개가 필요하기도 하지요.

나를 벗어난 내가

천방지축 천둥벌거숭이로 날뛰면

그때엔 내가 아니라

천하에 둘도 없는 원수가 될 테지요.

묻고 또 묻는 물음에 대답했습니다.

선택하신 항목을 지우시겠습니까?

예!

그러면서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내가 남긴 흔적들이니

지우고 삭제한다고 해봐야

잠시의 서운함이면 그만이겠지만

누군가의 기억에서 내가 오롯이 삭제된다면,

그 누군가에게 나는

한 치의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면?

아, 생각만으로도 두렵고 슬픈 일입니다.

결국 무서운 말이었네요.

쓱쓱 싹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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