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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에도 봄은 오는가
쓱쓱 싹싹
추억을 지우며
by
이봄
Mar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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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신 항목을 지우시겠습니까?
취소, 지우기....
꼬박 삼십여 분을 매달려
씨름을 했나 봅니다.
뭔 놈의 말이 그렇게도 차고 넘치는지
삼복더위에 굵은 땀 쏟아내는
씨름선수가 따로 없었지요.
하기사 몇 년의 시간이 쌓였는데
고작 몇 초라든지
몇 분의 매달림 만으로 지울 수 있었다면
오히려 서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쌓였던 말들이 많았다는 건
추억할 것들이 많다는 얘기니까요.
쓱쓱 싹싹 지워내고 삭제를 했다 하더라도
내 머릿속 지우개도 아니고
여기저기 남는 흔적이야 어쩌겠어요.
곧은길이 굽은 길쯤 되었다 해야지요.
남겨서는 안 되는 것들과
남겨 부끄러운 것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때로는 지우개가 필요하기도 하지요.
나를 벗어난 내가
천방지축 천둥벌거숭이로 날뛰면
그때엔 내가 아니라
천하에 둘도 없는 원수가 될 테지요.
묻고 또 묻는 물음에 대답했습니다.
선택하신 항목을 지우시겠습니까?
예!
그러면서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내가 남긴 흔적들이니
지우고 삭제한다고 해봐야
잠시의 서운함이면 그만이겠지만
누군가의 기억에서 내가 오롯이 삭제된다면,
그 누군가에게 나는
한 치의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면?
아, 생각만으로도 두렵고 슬픈 일입니다.
결국 무서운 말이었네요.
쓱쓱 싹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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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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