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릴 듯 말 듯 비 내리는 주말입니다.
요란하지 않으니 오히려 속옷 젖는 줄도
모르고 성급히 우산을 접겠지요.
알게 모르게 스며 마침내 흠뻑 젖고서야
비로소 젖은 줄 알게 되는 것들이 새벽을
깨우고야 맙니다.
천 리 길 한걸음에 달려와 마주한
햇살은 얼마나 곱고 부드럽던지요.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고 커튼 사이로
팔락거리던 햇살 한 줌이 정말 좋았습니다.
스미고 젖어 좋았는지 모릅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찍지 마요. 나이 먹는 얼굴이 보기 싫어!"
눈을 흘기는 네가 마냥 좋았습니다.
귀가 닳도록 나는 얘기하고 너는 끝내
도리질을 쳤지만, 그거 아시나요?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향기롭다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주책맞다고 그럴 거야?"
"뭐 어때? 가끔은 주책도 떨어야 해!"
정말 그래요. 주책이면 어떻고 더한 거면 어때요?
나는 단지 예뻐 예쁘다고 했을 뿐인 걸요.
그대는 지금처럼 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나는 나비 되어 너울너울 그댈 찾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