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호랑이도 한 마리 어슬렁거릴지 모르겠다
"어머머 세상에나, 이게 뭔 일이래요?"
"뭐가요? 뭔 일이 있어요?"
"그게요, 집 안에 버섯이 돋았대요!"
"네에, 정말이요? 대단하네요!"
남의 일 귓등으로 들은 얘기였으면 좋겠는데
제 얘기라 좀 그래요.
낡은 그것도 오래 방치되었던 집을 급하게
수리하고 들어온 처지라서 이런저런
흠이야 어차피 각오를 했기에 새삼 놀랄 일들도
없었는데, 드디어 자연으로의 회귀를
목격하니 좀 당황스럽기도 해요.
집은 삼십 중반을 버틴 늙은 녀석인데다
애초에 사람이 살 목적으로 지은 살림집도 아니었어요.
느타리버섯을 키우려고 지었던 한켠에 쌀창고가 딸린 버섯재배사였는데
어느 날, 형제들이 태어나고 자란 시골집을 털어내고 양옥을 짓기로 해서 부랴부랴 살림집으로 개조를 한 그런 집이었죠.
어머니를 모시고 큰형 내외가 살아갈 집을
짓는 동안 살았던 집을 몇 해 전까지
셋집으로 놓았다가 마지막 셋집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이사를 하고, 비워졌던 방치된 집이
오늘 주인공으로 등장한 집이죠.
그러니 그동안 벽에 빗물이 흘러 얼룩이 생겨도
"어젠 비가 정말 많이도 내렸어!"
치부하면 그만이었고,
똑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에효, 오늘도 또 시작이네"
하면서 빈그릇 받쳐두면 그만이었는데,
이젠 하다 하다 버섯을 키워내는 위대함까지
선물을 하네요. 지어진 목적에 충실하고자 하는
집에 각인된 일종의 유전자 발현일까요?
.
.
.
.
이렇게 생생함을 담으려 조명도 나름 설치하는
부지런과 치밀함을 동원해 살아 꿈틀거리는
유기체로써의 제 집을 담았어요.
세탁기도 돌리고 가스온수기로 물을 덥혀
샤워도 하는 그런 공간인데
드디어 세월에 무릎을 꿇고 백기를
힘차게 흔들었습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 하더니 정말 장사가 없네요.
페인트는 떨어지고 문틀은 썪었습니다.
적당히 침침한 조명에다 만 날 물 튀겨가며
깔끔을 떨었더니 습도도 최적으로
맞았나 봅니다.
며칠 집을 비우고 산천을 떠돌다 돌아왔더니
생태계는 복원되고 한 때 주인이다 거들먹였던
나를 객으로 만들었습니다.
늘 동거하던 많은 거미와 가끔 밖에서 난입으로
정막을 깨던 숱한 풀벌레까지 세력을 모아
쥬라기 공원이라도 만들 요량인가 싶어요.
.
.
.
.
해동육룡이 나르샤
일마다 천복이시니, 고성이 동부하시....하던 용비어천가의 그 용이 나르실 판이라.
화석으로 영면하던 공룡이라도 깨어나
어른 키만한 버섯이 자라고 이끼가
삼나무로 변이한 원시림에서 날뛰고,
고무다라 찰랑이는 물가엔 익룡도 몇 마리
끼룩끼룩 울며 날런지 모르겠습니다.
왕릉에서 부활한 해동육룡도 어험! 헛기침에
팔자걸음 당당하게 거닐지도 모르겠고.
위대할사 자연이라!
귀신거미 한마리
버섯과의 비밀회동으로 모종의 쥬라기 공원
건립계획을 세웠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벌써 냉장고 뒤 컴컴한 구석에선
호랑이 한마리 사슴 숨통 끊어내어 아드득 바드득
맹수의 한끼를 맛나게 챙길지도 모르겠다.
상상 그 이상을 보장하는 자연이니까.
.
.
.
.
조명을 맞추고 숨소리도 죽여가며
사진을 찍었더니 놀라 당황한 거미가 거기에 있다.
"에이, 모르겠지. 설마, 어떻게 알겠어. 일단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적당히 오리발도 내밀면 그만이야. 그래, 그러면 그만이지 뭐..."
당황한 거미 시치미를 뚝 떼고서
오리발을 만지작이는데,
'어라, 요놈 보소!' 오리발에 시치미면
내가 너의 시커먼 속내를 모를 줄 아나.
음흉한 놈.
그래도 오래된 주인쯤으로 생각해
그동안 모질게 내치지도 못한 난데
어찌 이렇듯 배반, 배신의 미소를 날리는가?
에혀, 그래라 이놈아....
동거할 식구가 하나 더 늘어서
실없는 내가 허허허
헛웃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