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十長生

無病長壽를 소원하는 마음, 십장생

by 이봄

가을산에 올랐다.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시원해서 오르기에도,

걷기에도 더 없이 좋은 요즘이기도 하고

가을산을 오르는 재미 중 으뜸인 버섯을

딸 요량이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식구와 친지, 지인과 어울려

가을산의 진객 송이를 안주 삼아 나누는

술자리는 가을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던가.

예전에야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 했다지만

요즘은 그 순위도 바뀌어서

일 송이, 이 능이, 삼 표고가 되었다 싶은데

입맛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값어치가 그리 변해서 그런 것인지

내 알 바는 아니나 나도 후자의 순위에

한 표를 보태고 싶다.

입안 가득 번져나는 송이의 향은 가히 일품이어서

쓴 소주를 마셔도 은은한 향기에

취함조차 은은하고 향기롭다 해야겠다.

그 송이를 찾아 산을 오르고 골을 건넜다.

무작정 헤매는 산행은 물론 아니다.

송이밭을 이미 너댓 군데 안다.

형제나 자식에게도 함부로 전하지 않는다는

송이밭이다. 시어머니가 끝끝내 며느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비법과도 같다.

더는 혼자 알기가 버거울 때 비로서 알려주는

나만의 비법, 비밀, 뭐 그런 것인데 그 애지중지

송이밭을 찾았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다.

요사이 추적이는 가을비로 산은 촉촉하고

숲은 눅눅했지만 기온이 적당하지 못한 듯 싶다.

빈 밭이 맞아 준다. 오느라 고생하시었소.

송글송글 이마에 가득한 땀방울을 닦아내며

산바람이 위로의 말을 건낸다.

송이도, 능이도, 그 흔하던 싸리버섯도 없는 공산.

사람의 힘으로 기르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자연의 섭리를 따를 밖에, 도리가 없다.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는데

몽실몽실 구름이 피듯 영지가 피어 있다.

그것도 손바닥으로 다 가릴 수도 없는 대물이다.

.

.


일찌기 조상들은

해日, 산山, 물水, 돌石, 구름雲,

소나무松, 불로초靈芝, 거북이龜, 두루미鶴, 사슴鹿을 일컬어 십장생이라 하고,

그림을 그려 병풍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음이다.

십장생 중 불로초라 부르는 영지를 만났다.

거북이와 두루미 그리고 사슴이야 워낙 귀하신

몸 되었으니 좀처럼 자연에서 만날 기회가

없는 동물이지만 나머지 해와 산, 물과 돌,

그리고 구름과 소나무야 하루에도 그 바라봄을

하나 하나 열거하기 뭣한 일상인 것이고

나머지 하나 남은 불로초, 영지버섯은 산행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버섯이다.

참나무가 우거진 숲, 갈잎이 썩은 부엽토나

아니면 참나무 그루터기에 돋아 일 년에

손톱 정도로 자라는데 몇 해를 이어 자라는지

그 수명은 알지 못한다.

십수 년은 족히 자랐을 영지다. 입으로 달달하고

향긋한 오늘보다 쓰고, 떫고, 아리지만

무병장수한 내일을 맞으라는 천지신명의

한가위 선물이겠거니 위로하며

십장생 영지를 다섯 거두었다.

.

.

버섯에 대한 순위가 바뀌어

삼 송이가 일 송이 되었듯 장수의 천복을 기원하던

십장생의 의미도 세월의 풍파에서 자유롭지

못해 육두문자의 점잖은 표현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구름처럼, 바람처럼 신묘하게 자랐으니

나는 너를 아직 十長生이라 부르련다.

어쩌다가 '이런 십장생~~~~!'이

되었는가? 세월도 한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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