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없는 건 버리기로 했어

by 이봄

소용도 없어

밤까지 이어지던 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낮게 드리운 하늘이 시치미를 뚝 떼고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점잖을 빼는 아침이야. 하긴, 동네방네 떠벌리는 떠벌이 아줌마보다야 알아도 모르는 척 웃고 마는 아저씨가 좋기는 해. 말리지도 못하는 심장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동네를 뛰어다녔는 걸.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도 좋아서 얼굴을 붉히기도 해.


설레는 하루였어. 돌부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 반의 반의 반..... 그러니까 손톱만큼이라도 흉내를 낼 수 있다면 그것도 십 년 세월쯤 지리산 어느 골짜기에 틀어박혀 도를 닦아야만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난 말랑달콤한 가슴으로 빗속의 여인을 사랑해야지 했어. 점잖고 근엄한 남자는 다음 생이라도 정중히 거절할 테야. 보글보글 마음 달싹이면 난 그렇게 끓어 넘치는 찌개 같은 사람으로 살 거야.

뿌옇게 동트는 시간에 일어나 너의 얼굴 들여다보며 웃게 되네. 가슴이 뻐근한 느낌이야. 행복해서, 정말 좋아서 가슴이 뻐근해. 행복한 기상이야. 나팔꽃 하나 부지런히 꽃잎을 열더니 '뚜뚜뚜 뚜두~' 나팔을 불었어. 그만 일어나셔요! 그렇게 맞는 아침이 정말 행복해. 혹시나 하며 맞춰두었던 알람을 해제했지. 소용도 없는 알람이었어. 예쁜 너 보고 싶어서 저절로 눈을 뜨게 되는 걸 뭐. 그래서 미련도 없이 잘 가시라 등을 떠밀었지.


소용도 없는 알람이나 허무하다 싶게 무너지는 다짐은 하지 않으려 해. 좀 무겁게 보여야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말도 개에게 던져버렸어. 난 그냥 이대로 생긴 그대로 주절주절 떠들고 고백할 거야. 네가 좋아서 잠을 설치는 걸 어떻게 헛기침 한 번으로 퉁을 치겠어. 난 그대가 좋아. 그래서 사랑한다고 확성기에 대고 떠들고 싶은 걸 겨우 참는 거야. 그나마 그런 내 인내가 칭찬을 받아야만 해. 그러니까 난 오늘도 네게 고백을 해.


"예쁜 순이야? 난 네가 정말 좋아. 심장 터지게 널 사랑해, ❤️ 순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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