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 동동

by 이봄

주룩주룩 비라도 내리면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게 돼. 시선이 방향이 그쪽에 머물렀으니 본다고 얘기를 한다만 사실 뭘 보는지도 알 수가 없어. 고정되지 못한 시선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테고, 지나가는 버스의 꽁무니에 매달려 시내를 어슬렁거릴지도 모르겠어. 한동안 미동도 없이 턱을 괸 머리 위에는 물음표 하나 동동 떠서 사라지지 않을 거야. 잡다한 것들에 붙들려 머리가 복잡했는데 얼마나 좋아? 핑계도 좋고 거기다 커피라도 한 잔 손에 들려있다면 분위기에 빠져 그럴듯한 그림을 완성하는 거야.


카메라의 렌즈에 갇힌 피사체의 내면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어. 오직 렌즈에 투영된 껍데기가 얼마나 그럴 듯 한가에만 관심은 집중될 수밖에는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림자를 걷어내기도 하고 아니면 더욱 짙게 만들기도 해. 조명은 그런 눈 가리고 아옹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 거야. 애초부터 어두운 길을 밝히기 위해 켠 등불이 아니었어. 번지르르 한 껍데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설치된 등불에는 물음표가 없어. 궁금할 게 처음부터 없었거든. 그러니까 겉도는 관심 말고는 없었던 거야. 밥은 먹었는지? 간밤에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그래서 눈을 떴을 때 햇살이 예뻤는지? 속에서 우러나는 궁금함이 아니라면 머리 위에 동동 떠다니는 물음표는 없어. 겉치레로 묻는 말로는 만들 수 없는 표식 같은 거였거든.

곁에 두고도 못내 궁금한 것이 관심일 거야? 혹시나 말 못 할 고민으로 속을 끓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것도 몰라주는 내가 미워졌으려나 모르겠네. 끝도 없는 말들이 목구멍을 기웃대고 생각은 장마철 구름 몰려오듯 몰려들고야 말아. 하긴, 궁금한 게 없었더라면 갓난쟁이 옹알이하듯 말들도 거기서 멈췄을 거고, 돌잡이 걸음마도 없었을 거야. 궁금해서 알게 되는 세상이 있고, 그 세상에 기대 나는 성장했을 테니까. 질문이 없다면, 그러니까 관심이 없다면 알아가는 것들도 없을 테고, 지금도 머리 위에 동동 몇 자 되지도 않는 이부자리만큼의 세상을 기어 다니고 있을 거야. 그게 세상의 전부였을 거야.


이른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먼저 떠오른다는 건 네가 그만큼 궁금하다는 얘기야. 아직 꿈속을 걷고 있을까? 아니면 같은 시간에 깨어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웃게도 되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면서 세상 하나를 배우듯 너를 떠올려 너를 배우는 거야.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했으니 보이는 만큼 널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거야. 있잖아? 그래서 알게 된 세상에는 함께하는 마음자리도 생길 거야. 이미 몇 평쯤은 만들어졌겠지. 그럴 거야. 궁금해요?' 하는 말 머리 위에 동동 띄워놓고서 알아가는 것들이 가슴을 설레게 해. 알면 알 수록 더 궁금해서 묻게도 되겠지?


"그대 오늘은 어땠나요? 모든 게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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