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아요

by 이봄

꺼억꺼억 말들은 짐승의 것으로 바뀌고 목구멍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울음이 발버둥 쳤나 보다. 멀리서 우르릉 우릉 천둥이 울더니만 골짜기마다 잔뜩 비가 내렸다. 웅크린 산마루는 덩달아 들썩이고 바라보는 나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여전히 어둠은 장막처럼 드리웠고 뒤에 숨은 그가 울었다.


보시어요, 보시어요?

강 건너 아득한 곳 바라보며 그가 울었다지. 너울거리는 강물이야 야속타 따져봐야 소용도 없고, 그저 목이 다 쉬도록 불렀다 했지. 그래서 그런가? 이른 봄이면 유난히도 흰나비가 날았다더니. 너울너울 꽃을 옮겨 춤을 추었어. 살포시 내려앉는가 싶으면 이내 꽃잎을 어루만지고 있었어.

내리는 봄비 바라보며 곱구나 곱다 어루만질 때 어쩐지 못내 서럽더라니. 내민 손 위에 툭툭 눈물이 된 거야. 목이 다 쉬도록 불렀을 이름은 끝내 강을 건너지도 못하고 바람으로 불었다고도 했어.

보시어요, 보시어요?

바람이었던 거야. 내리는 비였던 거야. 어쩌자고 밤새 비 내리나 했더니만 그랬던 거야.

뱉어내지도 못한 말들이 짐승의 그것이 됐을 때 천둥이 울고 골짜기마다 비가 내렸다. 잔뜩 웅크린 산들이 꺼억꺼억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고놈의 장맛비 요란도 하지? 구박하려다 말을 삼켰다. 들꽃 한 송이 빗속에 피어 애처롭구나 했더니만, 보시어요, 보시어요? 잔뜩 쉰 말 하나 매달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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