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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노래를 부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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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Nov 27. 2022
뉘엿뉘엿 해
질 무렵 까마귀들 몰려와 전깃줄을 점령했지. 삼삼오오 점점이 박힌 것이 악보와도 같았어. 땅거미 길게 바람에 흔들리면 일제히 다물었던 입을 열어 노래를 불렀지.
'까악깍 까아아' 뜻도 모를 노래는 갈대숲을
지나
먼바다로 밀려나갔어. 이제 막 불을 밝힌 등대를 지나서 고깃배 하나 출렁이는 먼바다 어디쯤으로. 바다는 노을에 물들어 매캐하게 타오르고 있었어. 하늘과 바다가 뒤엉켜 서로를 탐하는 모습은 달콤한 노래처럼 뜨겁고 끈적거렸어.
하나 둘 새들이 모여들어 전깃줄을 점령하는 시간이면 나도 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 굳이 노래가 아니어도 좋아. 흥얼흥얼 너의 호흡이면 충분할 거 같아.
'오늘은 어땠니?
뭐 하고 있었는데?' 하는
질문이야 어차피 뻔한 걸. 궁색한 대답은 볕도 들지 않는 쥐구멍을 찾고 말잖아. 그러니까 까마귀처럼 노래를 부르렴.
'까악깍 까아아' 너의 노래도 갈대숲을 지나
먼바다로 몰려갈 거야. 분명 잠든 등대를 깨워 바다를 밝힐 테고 고깃배처럼 커다란 고래를 불러내어 춤추게 할 터야. 마당에 황닥불 피워놓고 나도 너의 노래에 춤을 출 테야. 겨울밤이 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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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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