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얼굴을 보고 밥을 먹는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고 기쁨이었다 얘기하고 싶어. 그냥 사는 얘기 허물없이 나눈다는 것도 마찬가지고.
"무슨 남자가 그렇게 수다스럽니?"
가자미눈을 뜬다고 해도 뭐 대수겠어?
"우리 밥이나 먹자. 올래?"
얘기를 하면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었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듯 '곁'이라는 말을 잘라내려니까 마음이 좀 그래. 팔 하나쯤 잘라내는 것처럼 쓰리고 휑한 거 같아. 올래? 물으면 득달같이 달려갈 수 있었던 건 상처에 바르는 약이나 마찬가지였을 거야. 고마운 시간이었고 뭉근하게 데워지는 구들장이었지. 싱숭생숭 마음은 부산을 떨고 방은 그만큼 어지러워서 손길이 무겁다고 할까.
끄적끄적 몇 줄의 글을 쓰는 것도 쉽지가 않아. 말들은 뒤죽박죽 뒤엉켜 고개를 내미는데 막상 끄집어낼 수가 없네. 갈팡질팡 문장을 만들다가 우수수 무너져내리는 공든 탑이야. 달 밝은 날 두 손 합장을 하고서 소원 하나 빌고 비는 탑돌이처럼 말들을 골라내도 우수수.... 너 여기 있고 나 저기 어디쯤 떠돈다 해도 정수리 위에 둥근달 떠오르면 또 얘기할 터야. 뭐하니? 우리 밥 먹을래? 또르르 먹물 따르고서 오직 말 하나 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