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멀리도 왔네

by 이봄

열 번의 달 차오르고 이지러지면

화들짝 놀라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기어코 옹골차게 살아야지 다짐을 하듯

우렁차게 울음 울었을까?

대문을 가로질러 금줄을 치고

실타래 같은 명줄 하늘에 닿기를 또한

빌고 빌었을 터야.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네 발로

걷고 기던 방바닥을 박차고 일어나서

아장아장 뒤뚱뒤뚱 걸음을 떼던 날도

화들짝 놀라 박장대소 박수소리 요란을

떨었을 텐데 시간에 십 리를 걷고 걸어도

더는 시끄러운 박수소리 멀리 달아나고

천 근의 무게로 입을 다물었지.


아, 언제 이렇게 멀리 왔을까?

뒤돌아보면 아장아장 걸어온 길 하도

멀어서 아득하고 까마득해 어지러운데

가야 할 남은 길은 아득하여라.

오늘이 며칠인고? 손꼽아 보니 달도 없는

그믐에다 구름 낀 밤하늘엔 별도 없어라.

에구구 걷다 보면 먼동이 트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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