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멋대로 불어 어지럽고...
낙엽은 숲을 채우고 주린 산짐승은
밤을 도와 숲을 헤매었다.
도토리 몇 알 낙엽에 가리우고
살 오른 칡뿌리도 땅을 파고 숨었다.
킁킁거리는 그 끝에 도토리며 칡뿌리 있을 터인데
어둠과 어둠 같은 낙엽은 거대한 장막,
눈 뜬 장님들이 숲을 헤매며
새벽을 맞는다.
바람은 사나웠다. 날을 더해 초목은 마르고
줄기마다 핏줄을 세워 까칠함을 더했다.
가시는 더욱 단단해져 날카로움은
햇살처럼 예리했다.
버석이는 가을은 성난 파도로 치열하다.
한 줌의 햇살에 다툼이 일었다.
물꼬를 두고 핏대 세운 농사꾼들의 벌건 눈들이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고, 열매로 맺혔다.
얼큰하게 취기 오른 다툼이었다.
이성은 이미 설 자리가 없었다.
말하고, 이해하고, 설득할 여력이 없는 계절,
감성은 꿈틀거렸다. 격한 마음은
다급하게 욕으로 튀어나왔다.
오는 말이나 가는 말이 고울 일 없었다.
온통 삿대질과 뱉어지는 침으로
범벅이 돼 욕지기가 났다.
.
.
.
.
.
.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갈까? 묻기도 어렵다.
어디로 가야할까?, 를 모르겠는데
어떻게 묻고,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길을 잡을 수가 없다.
지독한 몸살을 앓듯 가을을 앓는다.
오랜 지병이라고 해도 좋을 반복되는 시간에
반복되는 병증을 앓는다.
좀처럼 익숙해지거나 능숙해지지 않는 반복,
잼뱅이의 대패질이다.
날카롭고 예리한 대팻날은 깊고, 얕음의
깊이를 모르고, 나무의 속살에 난 결을
알지도 못했다.
그저 팔뚝에 힘을 주고 밀고 당겼다.
다툼과 삿대질이 가을로 여물었다.
곱다고 얘기해도 좋겠고, 향기롭다 말해도
좋은 낯빛으로 계절이 여무는데
아귀다툼 난장의 복판에 앉아 나는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갈까?
싱숭생숭 바람이 불고,
묶었던 운동화의 끈을 풀었다.
햇살 눈부신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