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여기저기서 긁어 모아 문장 하나 겨우 만들었습니다. 이런 억지가 없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어요. 방법이 없으니 편법 하나 동원할 밖에요. 집 떠나와 지필묵을 구할 길이 없습니다. 예전 길 떠나던 선비님네야 괴나리봇짐에 제일 먼저 붓과 먹물 그리고 종이 몇 장을 챙겼다지만 선비도 아니요, 평소 문방사우를 극진히 대접하던 성품도 아니고 보면 예견된 일이겠다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쓰고 싶은 말은 염치도 없이 고개를 내미는 통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퍼즐 하나를 맞추듯 생뚱맞은 글귀에서 하나씩 둘씩 말을 잘라냅니다. 하고픈 소리 오물오물 씹어 가는 수고로움이 있겠지만 게으른 놈의 팔과 다리다 해야겠지요.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려니 할 터입니다.
'그대, 사랑아?"
불러 귀에 꽂이는 소리가 정말 좋아서 비 맞은 뭐처럼 자꾸만 중얼거리게도 됩니다. 아침부터 입에 붙은 노래 같지요.
잠자리에 들어서고서야 끝날 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흥얼흥얼 콧노래 같은 말이 종일 떠오르기도 해요.
별... 바람... 꽃... 달... 그대... 은하수...
말이란 게 힘이 세서 사람의 일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종일 눈물바람으로 지새우게도 되고, 때로는 천 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게도 되지요. 그런 말 하나 다듬어 만드는 건 그래서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 가슴에 동동 떠오른 얼굴을 어쩌지 못해 밤이 이슥하도록 편지를 쓰느라 애를 끓이기도 하고, 너무나 달콤한 말 한마디에 와르르 심장이 무너집니다. 낱개로 떠돌던 소리들 불러 모아 나의 숨 한 자락 훅 하고 불어넣으면 쪼르르 그대에게 달려가 수다를 떨고야 말 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