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또 알고

by 이봄


길의 끝에서 무얼 만날까 애달파 궁금하던 때도 있었고 까치발로 담장 너머 훔쳐보던 날도 있었다 했다. 어설픈 짐작으로 별점을 치고 애먼 손금에다 붓질을 하던 날이 부끄러워도 청춘의 내일은 메뚜기 뛰듯 종잡을 수 없어서 더욱 궁금했다.

소녀가 떠났고 숙녀가 떠났다. 목마를 타고 떠났던 소녀는 잘 지내는지 알지 못한다. 숙녀는 섬섬옥수 고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여전히 고운 손을 가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떠난 소녀가 숙녀가 되고 숙녀는 다시 소녀를 낳았는지 모르겠다. 덧쌓인 세월 앞에서 안개는 짙어지고 바다는 파도의 키를 키웠다. 더듬이 한 쌍 바삐 휘저어도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서 미지의 세계로 남겨 놓았다.

더는 궁금하지 않았을 때 우스꽝스럽게도 알게 되었다. 가파르지 않은 계단 꼭대기에 너 앉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앞세웠지만 너 없을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향 좋은 커피잔을 들고 배시시 웃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중년이 되었을 소녀와

소녀를 바라보던 소년은 중년의 계단이 가파름을 안다.

수십억 년을 어제처럼 깜빡이는 별과 수시로 태어나는 바람은 바다 아득한 곳에서 여전히 총총 빛났지만 그것은 그들의 노래였음을 안다. 그래도 차마 텅 빈 마음은 꼴사나워서 이것저것 끌어다가 억지를 부린다.

가파르지 않은 계단을 오르면 목마를 만나기 전의 소녀가 봉숭아 같은 말을 톡톡 건넸으면 좋겠다.

"아직도 여기 앉아 있었네? 그동안 잘 지낸 거야?"

소녀를 태우고 떠났던 목마가 바람으로 웅웅 울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별똥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