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매워라

by 이봄


청양고추 몇 개 덥석 베어 물고는 턱이 다 얼얼해서 어쩔 줄 몰라라 오두방정을 떠는 날이야. 끊어라, 끊어라! 협박에다 공갈의 말이 비수처럼 날아들어도 독야청청하리라 똥고집을 피우던 사내가 쪼르르 한걸음에 줄행랑을 놓게 했어. 피워 문 담배도 냅다 비벼 끄고는 달려드는 칼바람을 피해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을 수밖에 없는, 더는 버티고 설 명분도 없고 그럴 의욕도 없었지. 맵고, 짜고, 사나웠어.

"뭔 놈의 바람이 이렇게 앙칼진지 모르겠어"

혀를 내두르고야 말았지. 몇 해를 두고 술에 술탄 듯 맹숭맹숭한 겨울이 어기적대다가 구정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더니만 그래서 그랬을까? 어디 한 번 당해봐라. 이를 갈고 칼을 가는 철치부심의 세월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몸뚱이야 오리털에다 거위털까지 죄다 뽑고 모아 겹겹이 감쌌으니 괜찮다 딴청도 피우겠지만, 두 뺨이며 귓불은 바늘이 쌈지째 날아드는 것만 같아. 따갑고 시려서 당황스럽다 해야 할 거야.

삼한사온이니 어쩌니 하는 말은 유물로나 전해지는 말이 됐어. 며칠 춥고 며칠은 또 따뜻한 절기의 흐름은 어떤 녀석이 엿과 바꿔 드셨는지는 몰라도 내내 춥던가 내내 푸근해서 겨울 철쭉이 꽃을 피워내는 해괴망측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기도 하잖아. 갈팡질팡 어지러운 건 사람의 일만은 아닌 거야. 수수만 년 쌓여 길들여진 자연의 법칙이란 것도 어깃장을 놓는 뭔가가 있다 보면 와르르 한 순간에 무너져내리기도 해. 스스로 그러하겠다는 데야 딱히 말릴 재주도 없고 팔짱 끼고서 강 건너 불구경이지 뭐.

와그작와그작 씹는 맛이 제법이야. 눈물 콧물 정신을 쏙 빼도록 훌쩍대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허허 웃는 거야. 모름지기 겨울은 이래야 제맛이지 뭐. 너스레를 떨다 보면 또 누가 알겠어. 잠자던 개구리 화들짝 놀라 기지개를 켜려는지. 열린 창으로 집채만 한 황소가 굳이 어깨를 들이밀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

"놀라지 마세요. 사실 저는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 황소~~ 개구리예요. 호호호"

웃는 낯짝에다 슬리퍼라도 훽하니 후려치고 싶겠지만, 겨울이니까 하는 마음 살포시 불러보아요. 겨울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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