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by 이봄


오늘처럼 눈이 내리면 그러거나 말거나 시큰둥 입 내미는 새침데기 고양이보다는 겅중겅중 발이 시리도록 눈밭을 뛰노는 강아지였으면 좋겠다. 멍멍멍 애교로 짖고

꽁지 빠지게 반갑다 부산을 떨면 덩달아 나도 강아지처럼 새벽 눈밭을 구르면 좋겠다.

가끔은 떨어지는 꽃잎 하나에도 눈물지었으면 좋겠다. 반나절쯤 콧물 훌쩍대다가 나비 날갯짓에 까르르 웃어도 좋겠고, 개미들 바리바리이고 진 이삿짐에 두 눈 깜빡이면 얼마나 귀여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웃음 머금을 테다.

보글보글 냄비가 달싹이면 김치 하나 꺼내놓고서 턱을 괴고 웃었으면 좋겠다. 신라면에 진라면 때를 바꿔 끓여내어도 산해진미 만한전석 영접하듯 웃어주려무나. 그럴 수 있을까? 쌈짓돈 다 떨어낸들 남는 것 뭐 있을까? 보글보글 달싹대는 냄비 하나 나와 같다.

그럴 일 없을 테고 그런 사람 없다는 거 왜 모를까? 짜장면 휘휘 저어 웃음 한 조각 단무지로 베어 무는 정신없는 여인네야 꽃을 꽂고 거리를 활보할 테지. 이다음에 소낙비 바람처럼 쏟아지면 노란 꽃송이 우산으로 귀에 꽂고 너나 나나 한바탕 난장을 쳐도 좋겠다.

지는 꽃잎에 우는 너 바라보며 휴지 한 장 꺼내 들다가 너보다 먼저 콧물 훔치려는지, 봄날은 늘 눈시울 시큰거렸다. 저 꽃잎 또 볼 수 있을까? 우물우물 삼키시던 어미의 꽃잎이 졌다. 계절처럼 사람도 피어나고 낙화했다. 분분한 낙화에 새초롬, 시큰둥하지 마라.

웃기지도 않다. 없는 너 타박하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말이 싱겁기도 하다. 550ml 정량의 물일랑은 애당초 포기하고 바스락바스락 라면이나 끓여야겠다. 짭조름 간간하게 끓인 라면에다 아삭한 깍두기가 사랑일 테야. 내 사랑은 그랬으면 좋겠다. 짭조름한 라면 국물이었으면 차라리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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