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자라면

by 이봄


뒷집 감나무 가지에 달이 걸렸다.

홍시가 익어가는 날에 달도 여물었다.

"감나무에 매달려 달이 자라고 있어. 봤니?"

눈치도 없는 계집애가 수다를 떨면

나는 입술을 이죽거렸다.


"날마다 자라는 게 어디 달 뿐이겠어!"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 등 떠밀어 가며

몰래 훔쳐보던 계집애는 달처럼 곱고

콩닥콩닥 가슴에서 날마다 자랐다.

홍시 같은 두 뺨 그림자에 숨겼다.

언저리만 빙빙 돌다가 매미가 되었는지

"나 그만 잘래. 너도 들어가"

맴맴맴 맴도는 말 차마 꺼내지도 못하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 들킬까 부끄러워서

냅다 달아나던 밤에도 달이 자랐다.


감나무 가지 부러지도록 애만 태우다

결국 눈치도 없는 계집애 구박만 했다.

입도 한 번 뻥긋 못하는 놈이나 애먼 달만

예쁘다 칭찬하던 계집애나 홍시 같은 뺨

그림자에 파묻고서 입술만 이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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