읊조리다가

by 이봄


꽃 같은 말 몇몇과 아이들의 재잘거림 불러 모으고 들꽃도 몇 송이 꺾어다가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봄날의 골짜기와 여름날의 산마루에 불어 가는 바람 한 줄기 붙들어 허리춤에 동여매고 두 손에는 분분히 떨어지던 꽃잎 욕심껏 받아 들고서 따뜻하고, 시원하고 때로는 향기롭게 바람으로 불고 싶었을까요.

말은 많고 몸짓은 잔뜩 부푼 개구리의 볼을 닮았을 뿐 내어줄 무엇 하나 없는 까닭에 꿇은 무릎 하나가 민망합니다. 뒤춤에 감췄던 들꽃 한 다발 불쑥 내밀면 벌겋게 홍당무 붉은 꽃이 피겠지만 어쩌겠어요.

나의 노래는 들릴 듯 말 듯 꼬리를 말고, 나의 말은 주저주저 들었던 손 내리겠지만

몽글몽글 복사꽃 몇 송이 피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소나기는 요란하게 내렸습니다. 고추잠자리 떼를 지어 하늘을 날더니만 어느 날에는 나풀나풀 함박눈이 내리더군요. 몰랐습니다. 계절이 수다스럽게 자리를 바꾸고 해는 떴다 지기를 얼마였는지 나는 몰랐습니다.

이러다 말겠지 아니면 그보다 먼저 내가 꽃잎으로 지겠구나 했었지만 또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사흘, 세 밤만 지나면 날이 바뀌고 뜨는 해가 오늘의 그것이 아니라 하더군요.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던 떡국 한 사발 동치미와 내어놓고 새치 몇 개 뽑는 거야 소꿉놀이가 되었습니다. 홍조 띤 계집애와 사내놈은 눈만 깜빡입니다.

여전합니다. 푸념 같은 세월이 침 튀도록 너스레를 떨면 두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서러웠나 모릅니다. 칠흑 같던 머리에 잔뜩 눈을 이고 진 모습이 서러웠나 봅니다. 불러 모은 꽃 같은 말 몇몇 꼭 움켜쥐고서 듣지도 않는 노래 읊조리다가 숨이 턱 막혀옵니다. 아직도 남은 노래가 쌓였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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