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올랐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서울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렸다는 주말에 굵은 땀방울 뚝뚝 쏟아내며 올랐지요.
중산리에서 장터목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경사면을 쉼 없이 올라야만 하는 산길입니다. 그 길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널따란 마당이 대피소가 있는 장터목입니다. 예전 신발도, 옷도 변변치 못하던 시절에 등짐을 이고진 많은 촌부들이 지금 이 길을 걸어 산마루 꼭대기에서 난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나뉘는 그 바람골 산마루에 난장을 펼치던 보리문둥이와 전라도 깽깽이는 어찌 이 산길을 짐을 지고 올랐는지요. 생각만으로도 어질 하고 경탄스럽습니다. 등산화에 등산용 지팡이 그리고 땀을 흡수 배출한다는 기능성 등산복으로 중무장한 산꾼들도 바튼 숨을 몰아쉬어야 겨우 오를 수 있는 이 길을 어찌 올랐을까요.
천지간에 불쑥 솟아올라 탄성을 자아내는 천왕봉의 일출도 경이롭고, 통천문 좁은 틈을 비집고 마주하는 천상의 고사목 지대도 또한 신비롭기 그지없지요. 너울너울 바람에 일렁이며 밀물처럼 몰려오는 구름바다야 그 신비함을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한 감동은 소금 같은 눈물꽃 흩뿌리며 올랐을 촌부들의 헐떡이는 숨입니다.
고단한 농사일로 파김치가 되었을 몸뚱이 닷새마다 어르고 달래 콩이며, 보리며, 서 푼어치 산나물도 바리바리 챙겨 들었을 테고, 누렇게 뜬 눈빛으로 손가락 하나 꼭 붙들고서 떨어지지 않던 새끼들을 등에 지고 허위허위 올랐겠지요. 횃불에다, 달빛에다, 그도 저도 아니면 핏발 가득 벌겋게 충혈된 눈알을 등불 삼아 허방한 산길을 엉금엉금 기듯이 올랐으려나도 모릅니다.
새끼들에, 부모님에, 여우 같은 각시까지 줄줄이 딸린 목구멍에 피죽이라도 먹이려면 뾰족한 수가 없었겠구나 하게 됩니다. 달빛을 정수리에 받쳐 들고 골골을 돌고 돌아 산마루에 오르고 또 올랐을 터입니다. 비지땀 겨우 훔쳐내다가 말 하나 떠오르네요.
"힘들지는 않았나요? 고단하진 않았나요?"
유월의 마지막날, 장터목을 쓸고 가는 바람이 몹시도 추웠습니다.
뱀의 발
몇 해나 되었을까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 사진입니다. 다들 일출을 얘기하는 요즘이라 추억을 소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