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

by 이봄


두 남자는 친구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렇게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닮은 구석 하나를 찾을 수가 없다. 우선은 드러난 것만으로 얘기할 수밖에는 없는데, 둘 중 한 남자는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사람이다. 글 하나를 쓰더라도 재밌고 유쾌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뭐 재미난 게 없을까? 말 하나, 몸짓 하나마다 뜯어보고 맛보는 수고로움은 그에게 있어서는 펄떡이는 횟감을 낚아 올리는 즐거움일 게 분명했다. 말꼬리를 움켜쥐고서 비틀어도 봤을 테고 꼬집어도 봤을 거였다. 아니면 대야 가득 물을 받고서 고춧가루 네댓 숟가락 휘휘 저어 풀어놓은 물에다가 멱살잡이로 물고문을 했을는지도 모른다.

"네가 알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것들을 모두 털어놓지 말입니다요~~"

안광이 번뜩이고 툭툭 힘줄이 불거진 팔뚝은 포악하게 떨었지만 모진 고문에도 말들은 다문 입을 떼지 않았다. 자백은커녕 비실비실 웃음을 흘리는 녀석까지 있었다. 남자의 심문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모진 고문에 실성이라도 한 것인지 남자는 고민에 빠져 턱을 주억거리다가

"아따, 이 째깐한 녀석들이 날아가는 참새 거시기라도 봤는가? 실실 쳐 웃고 지랄들이여.... 으잉!"

침침한 지하실의 불빛과 축축한 습기가 만든 공포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지만 남자는 예의 그 말투를 놓지 못했다. 그게 문제일 거라는 생각조차 못하는 분위기였다. 좁은 취조실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다. 왔다 갔다 혼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울그락 푸르락 부아가 치민

남자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너그들 정말 재미없어야. 경고 혀는 디 불라고 할 때 부는 게 좋지 말입니다"

맞은편에 앉아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답답하다는 듯 메모지 한 장을 쓱 밀었다.

깨알 같은 말들이 적혀있었다.

"이보게 친구? 그렇게 너무 다그치지만 말고 조용조용 달래 보는 건 어떤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그렇지만 단호하게 앞으로 민다)"

어라, 뭐지? 지문으로 설명할 게 아니라 그렇게 행동을 하면 되지? 왜 설명을 따로 하는지 모를 일이다. 직업병 같은 걸까? 시나리오작가 라든가 아니면, 아니면.... 에이, 모르겠다.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점잖고 진중한 성격이 몸에 베인 사람 같았고 조금은 꼰대스러운 말투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태풍으로도 벗길 수 없는 옷을 결국은 따뜻한 햇살 한 줌으로 벗기는 게 지혜일지도 모른다네. 친구! (여기까지 말을 하고 입을 다문다. 팔짱을 끼고 앉아 무게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남자는 점잖을 빼고 앉아 비 맞은 중처럼 중얼중얼 지문을 읊었다. 중이라 말을 해서 중얼중얼 떠드는 걸까? 그러면 스님이면 스멀스멀 말을 하려나?

커피가 식었다. 물색없이 자리를 차지한 커피만 겸연쩍어 몸을 비틀었다. 이미 낯빛은 까맣게 변했고 가슴은 고구마 몇 개 급하게 삼킨 듯 답답했다. 답답한 건 지켜보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마주 앉은 남자 둘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멋에 겨워 각자의 말을 늘어놓았다.

"친구? 그러지 말고 술이나 한 잔 하세나! (일어서며 종아리로 의자를 가볍게 밀어낸다)"

"워매 좋은 생각이지 말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혔응게 말입니다요~~"

종아리로 의자를 밀어낸 남자는 슬로모션으로 자리를 떠났고 맞은편에 남자는 멱살을 잡았던 말 하나를 탁자에 내동댕이치며 사납게 째려보았다.

"느그들 이따가 보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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