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by 이봄


바짝 마른 혈관에 먼지가 일고

초록의 살갗은 빛바랜 갈잎으로

바삭바삭 울었는지 모른다.


동그랗게 말아 쥔 이파리마다

하얗게 눈 쌓이면 잠들었던 심장이

다시 뛰었을까.


한겨울 숨구멍처럼 햇살 한 줌

소낙비로 내리면 너는 그만 화들짝

놀라 잠을 깨었다지.


톡톡 막혔던 혈관이 터지고

풀썩이던 먼지가 바람에 날리었다.

다시 뛰는 심장과 초록 햇살

오므렸던 손가락 펼치고 반겼다던가.

겨우 하나 익힌 말 잊힐까 싶어서

자면서도 오물오물 입술을 달싹이고

겨우 떼던 걸음과 당신 계신 곳

발바닥에 지문처럼 새기려 했다.


처음 말문이 트였을 때의 말과

처음 당신 눈에 담던 때의 걸음엔

비릿한 젖냄새가 났을까.


처음 하려던 말 끝내 기억하려고

나는 날마다 오물오물 옹알이로 말했고

꾹꾹 눌러 가슴에 생채기 하나 만들었다.


흉터로 남았다가 마침내 눈이 내리면

말아 쥔 고사리손 활짝 펴고서

초록으로 되살아나는 아, 비릿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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