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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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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Jan 9. 2023
바짝 마른 혈관에 먼지가 일고
초록의 살갗은 빛바랜 갈잎으로
바삭바삭 울었는지 모른다.
동그랗게 말아 쥔 이파리마다
하얗게 눈 쌓이면 잠들었던 심장이
다시 뛰었을까.
한겨울 숨구멍처럼 햇살 한 줌
소낙비로 내리면 너는 그만 화들짝
놀라 잠을 깨었다지.
톡톡 막혔던 혈관이 터지고
풀썩이던 먼지가 바람에 날리었다.
다시 뛰는 심장과 초록 햇살
오므렸던
손가락 펼치고 반겼다던가.
겨우 하나 익힌 말 잊힐까 싶어서
자면서도 오물오물 입술을 달싹이고
겨우 떼던 걸음과 당신 계신 곳
발바닥에 지문처럼 새기려 했다.
처음 말문이 트였을 때의 말과
처음 당신 눈에 담던 때의 걸음엔
비릿한 젖냄새가 났을까.
처음 하려던 말 끝내 기억하려고
나는 날마다 오물오물 옹알이로 말했고
꾹꾹 눌러 가슴에
생채기 하나 만들었다.
흉터로 남았다가 마침내 눈이 내리면
말아 쥔 고사리손 활짝 펴고서
초록으로 되살아나는 아, 비릿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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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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