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히 흐르던 강물은 여울목에서 쏟아져 흘렀다. 바람이 없는 밤에도 물살은 어지럽게 출렁거렸다. 출렁대는 물살은 시끄러웠다. 강물에 몸을 맡긴 오리 한 마리 화들짝 놀라 날아올랐다. 겨우내 얼음장 밑에서 숨죽였던 강물은 기지개를 켜듯 요란을 떨었다. 봄이 오고 버들개지 툭툭 껍데기를 벗는 봄날은 그래서 더 요란스럽게 다가왔다.
밤이 몰려와 달이 떴다. 요란스럽게 몰려가는 강물 위에도 달그림자 곱게 내려앉았다. 물은 여전히 요란스럽게 몰려갔지만 수면에 앉은 달은 태연자약 물살을 어루만질 뿐 휩쓸리지 않았다. 때때로 천둥처럼 물이 울었고 사납게 칼춤을 추었지만 달은 고요했고 온화했다. 수면에 닿을 듯 말 듯 내민 손바닥에 물고기처럼 강물이 튀어 올랐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강물을 거슬러 오른 바람은 달빛에 몸을 말렸다. 젖은 몸뚱이는 이내 버들개지 보드라운 솜털처럼 뽀얗게 빛났다. 봄밤의 여울목은 잠들지 못하고 수다를 떨었다.
물잠자리 한 쌍 봄을 희롱하다가 수면처럼 잔잔한 연잎에 앉아 날개를 접었다. 진작에 내려앉은 햇살은 유리알처럼 반짝거렸다. 아침부터 첨벙 대며 물장구를 치던 개구리는 수면 위로 빼꼬미 눈만 내밀고는 연잎에 앉은 물잠자리에 눈독을 들였다. 햇살은 반짝거렸고 잠자리는 졸고 있었다. 이따금 불어 가는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달아났다. 한가롭게 시간이 흘렀고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은 것들이 갖은 아양을 떨었지만, 그 속에는 잠자리를 노려보는 개구리의 두 눈이 깜빡였다.
푸른 하늘에 연 하나 줄에 매달려 유영하고 있었다. 줄에 매달린 연은 연신 몸을 떨고 방향을 바꿔줘야만 고꾸라지지 않고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연의 비행은 그래서 늘 위태로웠고 분주했다. 잠시의 멈춤이거나 순간의 고요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바람을 거슬러 팔랑거려야만 했다. 물레에 이어진 줄은 풀어주거나 감아 적당한 긴장감으로 팽팽히 당겨져야만 했다. 떠도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뿌리내려 머무는 것도 아니었다. 당겨진 시위가 파르르 떨었다. 고단한 유영이었다.
한 평의 하늘과 그만큼의 뜨락이면 좋았다. 불어 가는 바람을 애써 붙들 이유도 없었다. 밤이면 별 뜨고 달 뜨는데 하늘 전부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웅덩이 하나 하늘을 담고 연잎 몇 개 수면에 띄웠으면 했다. 강물에 휩쓸리지 않을 달이 비출 터였고 고단한 잠자리는 수시로 날아와 날개를 쉴 터였다. 연잎은 바닥에 뿌리를 내려 머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