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가 띵했다. 둔탁하게 머리를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선을 넘었구나 후회를 했다. 넘지 말았어야 했다. 애써 모르는 것을 앞세워 미안하다 얘기하는 게 아니었다. 계집애의 말은 옳았고 사내놈의 말은 잘못이었다. 가뜩이나 언 가슴에 물을 끼얹는 꼴이었다. 미안하다는 짧은 말로는 언 마음을 녹일 수는 없었다.
울그락 푸르락 얼굴이 화끈거렸다. 책상에 그어진 선 위로 선 하나를 포개 그었다. 칼바람 몰아치는 겨울이 그나마 포근하다 싶었다. 어차피 긴 겨울의 끝에는 봄이 매달려있었으므로 애써 조바심을 태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얼렁뚱땅 겨울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