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얼마만인지요

by 이봄


그대를 보았습니다.

새벽 이른 시간에 그대 오셨더군요.

잘 지내냐 물었습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고개를 끄덕였으니 되었습니다.

빙긋 웃더군요.

따라 웃었습니다.

보고 싶다 말하였습니다.

빙긋 웃었습니다.

괜찮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자고 왔을까요.

말도 없이 웃기만 할 걸 어쩌자고....

눈을 떴을 때 이미 가셨더군요.

잘 지내라 말도 없이.

잘 가라 인사도 못하고

새벽 댓바람부터 이별을 하였지요.

꿈이라지만 너무도 생생하여 울었습니다.

먼지 하나 떨구지 않은 이별입니다.

꿈은 반대라 했던가요.

웃던 얼굴과 고개 끄덕이던 것도

한낱 꿈이었음을 압니다.


말린 종이 곱게 펴고서

마침내 툭툭 꽃잎이 터졌습니다.

그대 궁금해할까 싶어 소식 전합니다.

그대 거두어가지 않은 향기 한 줌

꽃송이마다 담겨 터졌습니다.

꽃이 피었다 곱게 얘기할 수 없습니다.

왈칵 쏟는 눈물처럼 남겨놓은 향기

화들짝 터졌습니다.

어쩌자고 꽃은 터지고

어쩌자고 향기는 거두지 않았나요.

어쩌자고 보고 싶노라 얘기를 꺼내

그대 보냈을까요.

서운한 봄날이 향기로워서

시샘하는 바람을 기웃거렸습니다.

툭툭 꽃잎이 터졌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희망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