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계집애가 이틀을 울었다고 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꽃에 웃었고 짙은 그늘에 앉아 책을 읽었다고 했다. 붉은 단풍잎 하나 책갈피에 꽂아 오래도록 가을 냄새를 맡았는데, 톱 소리 요란하던 날 댕강댕강 나무는 잘렸고 꼬맹이는 꺼억꺼억 울었다고 했다.
겨울이 지나고 꽃들이 핀다 사람들이 요란을 떨길래 그런가 했다. 봄날이니 꽃은 피고 향기는 아뜩할 터였다. 남녘에서 시작된 봄은 잰걸음으로 북상을 하고 이내 내 곁에서 인사를 하겠지.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서 서성이다가 이런저런 상념에 빠졌을 때 톡 하고 뭔가 떨어졌다. 시린 하늘에 기둥만 민망한 나무가 서 있었다.
봄바람이 유난스럽게 불었다. 가지 없는 나무는 미동도 않고 목석으로 서서는 휘휘 흙바닥에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앙상한 그림자 하나 몸을 꼬았다. 봄날은 아우성쳤고 담장 너머 아이들은 재잘재잘 시끄러웠다. 아이들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꽃나무는 꽃눈을 키웠고, 슬금슬금 풀들이 움을 틔우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봄날의 달음박질이었다.
나무가 울었다. 우두커니 기둥만 선 나무도 연신 물을 길어 올렸지만 담아둘 가지가 없었다. 꽃눈도 없었고 파릇한 잎눈도 없었다. 댕강 잘린 목구멍으로 울컥울컥 수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대일밴드에 마데카솔 호들갑을 떨더니만 앙칼진 톱질에는 자비가 없었다. 뒤적뒤적 주머니를 뒤지다가 휴 하고 한숨을 토했다. 옹이 몇 개 몸뚱이에 새기고서야 꽃송이 하나 부탁할까. 봄바람 사나워도 나무는 미동도 없다. 꼬맹이 울까 싶어 안달이 난 누이는 쉿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대일밴드에 마데카솔 뒤적이다가 나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