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돌뱅이 가벼운 엉덩짝은 오일장 장마당이 파장을 알리면 주섬주섬 싸고 푸는 보따리 하나였다. 연분홍 치마 배시시 풀어 쥐고서 눈웃음 짓는다 한들 퍼질러 드러눕지도 못해 꺼이꺼이 미련만 됫박으로 퍼줄 밖에 도리가 없었다. 기껏, 툭툭 이부자리를 개듯 등짐 하나 챙기고서 휘적휘적 걷는 장돌뱅이의 걸음인데, 가벼워도 너무 가벼워서 바람 한 줌에도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어쩌자고 저쩌자고 나풀나풀 그대 오시는지....
지게작대기 두드려 장단을 삼고 산길 굽이마다 풀어놓는 푸념이야 에혀 디야 한숨이었다. 지난밤 주섬주섬 보따리를 싸다 말고 어디로 갈까 손바닥에 침을 뱉어 요란하게 내려치니 동쪽으로 가라, 서쪽으로 가라! 점괘란 놈들 멱살을 틀어쥐고 난장을 치더라만, 그만 되었다. 발길 닿는 데로 휘적휘적 가고 말고 일침을 놓았다.
필경 타고난 팔자려니 장돌뱅이라 커다랗게 이마에 써붙이고서 지게 위에 올린 등짐 집도 한 채, 논 밭도 몇 마지기, 알콩달콩 새끼에다 여우 같은 마누라도 두엇 삼고 말지. 깨진 독에 물이 새듯 골짜기 굽이진 길에 푸념이 만발했다. 진달래꽃 수줍게 골골마다 필 터인데 부끄러워 붉은 걸음 어찌어찌 걸으려는지 한숨만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