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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by 이봄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사전적 정의는 어떻게 될까? 그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어떻게 풀어 설명하는지 궁금했다. 사전의 특성상 장황설을 풀어놓을 수 없으니 설명은 간단했고 압축척이다. 가끔 무료함을 달래려 뒤적이게 되는 사전의 재미이고 매력이기도 하다. 풀방구리에 생쥐 드나들 듯 사전을 기웃거리는 이유다.

인생이라는 말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하나,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둘, 사람이 살아 있는 기간.

셋, 어떤 사람과 그의 삶 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삶을 살아가는 행위가 하나이고, 그 행위의 기간이 둘이다. 나머지 하나는 '아이고, 이 인생아? 인생이 참 불쌍하다, 불쌍해!' 할 때의 그 인생이다. 그러니까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벌이고 만든, 그래서 평가받는 그것까지가 인생이라는 얘기다.

활자화된 인생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렇다고 사전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말 몇 줄 읽었다고 해서 느닷없이 인생에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 것도 아니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몰아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살아가는 일은 여전히 하루씩 포개져 쌓이고, 그 속에서 다들 울고 웃게 마련이다.

술꾼의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고 극장에서의 팝콘과 콜라 같은 일이다. 내쳐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어정쩡한 새벽에 깨면 마땅한 무엇이 없다. 마땅한 게 없으니 누워 공상에 빠지거나 지난 것을 불러 되새김질을 한다. 그것도 시큰둥 재미가 없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보송보송 마른 몸으로 단잠에 빠진 녀석을 깨워 먹물 세례를 퍼붓고야 만다. 그리고는 있는 재주, 없는 재주를 다 쥐어짜 내어 말 하나를 만드는 일, 새벽에 치르는 나만의 의식이다. 인생의 하루를 쌓는 행위이도 하다.

行爲, 태어나 사는 동안의 몸짓, 생각이 마침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그러니 인생에 만약이란 없다. 역사에만 가정이 없는 게 아니다. 개인의 삶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말이다. 어차피 역사란 것도 무리의 삶이니까. 그때 그랬더라면 오늘은 아마 이랬을지도 몰라. 그래, 모르는 일이다. 행하지 않은 결과를 애써 짐작하면 뭐가 바뀌기라도 한다던가.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가정의 뒤에는 허무와 후회가 뒤따를 뿐이다. 내일이면 아니, 순간순간이 지나면 바로 과거가 되는 지금에 무엇이 됐든 하는 것, '行爲'가 중요하다. 애써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말을 부를 이유가 없다. 말만 쉽다. 말처럼 쉽다면 애당초 후화라는 말이 생기지도 않았을 테고, 만약이란 말도 없을 터다.

人生이 그렇다. 사람이란 게 그렇다. 너나 나나 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며 산다. 그것도 인생이겠지만 가끔은 오징어 땅콩에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 같은 새벽의 사유에 빠지게도 된다. 그것도 다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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