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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그대가 되어

by 이봄


새벽에 깨어 글 하나를 보았습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살을 앓던 끝에 만난 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평범한 바람이고 누구나 그대가 되어 들어볼 법한 글입니다. 투박하고 평범해서 오히려 가슴에 와닿는 유행가 가사 같은 글이 좋았습니다.

누구라도 내게 저런 바람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장작불로 데워진 구들장에 누워 귤 하나 입에 까 넣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싱겁게 피식 웃는 새벽입니다. 한껏 화자와 마주 앉아 그녀의 그대가 되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말끝에 그러더군요. 그대도 그렇게 내게 오신다면 나는 따끈한 차 한 잔을 준비하겠다 합니다.

눈물입니다. 새벽 댓바람부터 나는 그녀의 그대가 되어 가슴 떨림에 사로잡혔습니다.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이미 내 마음에 꽃으로 핀 너로 해서 나는 그러하다 얘기했습니다. 바람이, 소망이 잔잔한 울림이 되어 찰랑거렸습니다. 산다는 게 뭐 별것 있나요? 술 한 잔에 취해 흥얼흥얼 콧노래 흥얼거리면 되었다 합니다. 가슴이 뭉근하게 데워진 새벽입니다.

어여쁜 아낙네의 향긋한 소망에 봄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림 하나 곱게 만들어 가슴에 담았습니다. 말이 꽃이 되는 시간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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