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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부치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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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Mar 27. 2023
쌈지를 털고 주머니를 다 뒤집고
난리난리 그런 난리가
없었어.
북새통을 머리에 뒤집어쓴 것처럼
먼지며
검불들
이 들러붙어서
거지꼴이 따로 없더라고.
그러면 뭐 해.
아, 글쎄.... 아껴두었던 것들 겨우
주섬주섬
챙겨 들고 우체국을 갔었잖아?
새침데기 처자가 앉아 있길래
들고 간 물건을 꺼내놓고 주소를 막
적으려는데 한 소리를 하더라고.
취급불가라나 뭐라나.
쌀쌀맞기가 뺑덕어멈
저리 가라였지.
그러니까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 거야.
괜스레 난리법석만
떨었구먼....
냇물 같은 햇살 한 줌 졸졸졸 따라놓고
어찌나 재잘거리는지 잠을
못 자게 하는
바람도 한 두릅 엮어 허리춤에 매달았어.
뒷집 순이란 년 가슴 벌렁거리게 했다던
두견화 몇 됫박 포대에 담았는데
오뉴월 서리만큼이나
얼토당토않게
취급불가라고 하잖여.
천불이 나더라고.
뭔 놈의 우체국이 그거 하나 못 부치냐고.
새벽 댓바람에 나는 네가 생각나서
꽁꽁 싸매 두었던 쌈지도
풀어내
고
고쟁이에 적삼 다 까뒤집어
난리 난리를
쳤건마는 일언지하
쌀쌀맞게 퇴짜를 맞았어야.
강짜를 놀까 말까 한참을 머뭇대다가
에라
썩을 놈의 우체국아....
바람으로
왔건마는
그냥 날 좋고 바람 좋거들랑
내 마음처럼 받아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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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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