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치지 못했어

by 이봄


쌈지를 털고 주머니를 다 뒤집고

난리난리 그런 난리가 없었어.

북새통을 머리에 뒤집어쓴 것처럼

먼지며 검불들이 들러붙어서

거지꼴이 따로 없더라고.

그러면 뭐 해.

아, 글쎄.... 아껴두었던 것들 겨우

주섬주섬 챙겨 들고 우체국을 갔었잖아?

새침데기 처자가 앉아 있길래

들고 간 물건을 꺼내놓고 주소를 막

적으려는데 한 소리를 하더라고.

취급불가라나 뭐라나.

쌀쌀맞기가 뺑덕어멈 저리 가라였지.

그러니까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 거야.

괜스레 난리법석만 떨었구먼....

냇물 같은 햇살 한 줌 졸졸졸 따라놓고

어찌나 재잘거리는지 잠을 못 자게 하는

바람도 한 두릅 엮어 허리춤에 매달았어.

뒷집 순이란 년 가슴 벌렁거리게 했다던

두견화 몇 됫박 포대에 담았는데

오뉴월 서리만큼이나 얼토당토않게

취급불가라고 하잖여.

천불이 나더라고.

뭔 놈의 우체국이 그거 하나 못 부치냐고.

새벽 댓바람에 나는 네가 생각나서

꽁꽁 싸매 두었던 쌈지도 풀어내

고쟁이에 적삼 다 까뒤집어

난리 난리를 쳤건마는 일언지하

쌀쌀맞게 퇴짜를 맞았어야.

강짜를 놀까 말까 한참을 머뭇대다가

에라 썩을 놈의 우체국아....

바람으로 왔건마는

그냥 날 좋고 바람 좋거들랑

내 마음처럼 받아주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대의 그대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