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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파고들었다
by
이봄
Apr 1. 2023
파고들었다
너의 몸 파고들어
언 몸을 녹이고 싶었을까
꿈이면
꿈마다 애벌레처럼 몸을 말아
한사코 몸을
파고들었다.
너의 가슴은 따뜻했고 포근했다.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 구름처럼
띄워놓고서 자린고비의 밥상머리에
말라비틀어진 굴비처럼 뜯었다.
씹어도 씹어도 끝내 삼키지 못한 굴비가
어쩐 일인지 꿀꺽 침을 삼키듯
목구멍으로 파고들면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꿈이었을까.
잔뜩 웅크린 몸뚱이 위로
거적때기처럼
이불 끌어 덮고서 새벽을 떨었다.
잠꼬대로
주워 삼키던 말들
헛헛하게 떠돌다 고단한 몸을 누이고
곁에 누운 나도 덩달아 잠을 청한다.
좀처럼 가시지 않는 한기가
새벽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감은 눈 위로 철푸덕 눈이 쏟아졌다.
애써 고사시킨 나뭇가지에 눈이 쌓이면
늙은 소나무 사시나무 떨듯 몸서리를 쳤다.
툭 하고 부러뜨려 계절을 이었다.
시린 하늘에 떠돌던 생각들
철푸덕 쏟아져 흩어졌다.
잔뜩 힘이 들어간 등줄기 공처럼 말고서
너의 품을 파고들었다.
훅 끼쳐드는 살냄새가 좋다.
비릿한 젖냄새가 꿈처럼 향긋했다.
고치 하나 단단하게 짓듯
이불이며 말들이며 죄다
끌어다 덮고는 언 몸을 녹였다.
계절은 봄이라는데 나는 여전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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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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