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부호

by 이봄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앉은 시간

슬금슬금 어둠이 보따리를 싸고

그래도 성에 안 차 옆구리를 찌른다.

눈치가 오간다.

긴 침묵, 그렇지만 귀 따가운 침묵.

'....' 말 줄임표 꾹꾹 눌렀다.


"잘 잤니? 벌써 아침이 밝았네.

아니다, 이제야 겨우 아침이야!"

보고 싶어서 죽는 줄만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 때에도 나는 ' ? ' 물음표

등을 떠밀어 말을 붙인다.

궁금해서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서

굽신굽신 허리 숙여 안부를 묻는다.


고놈의 열병은 어찌나 독한지 약도 없다

의사라는 놈들 꽁무니 빼기에 급급하고,

동서고금을 오가며 숱한 놈들 유명을

달리했다 엄포도 빼먹지 않았다.

아, 그게 불치병 같은 거라서....

"사랑이라고.... 그러니까 상사병!"

끊어졌다 이어졌다 말이 허둥거릴 때

비쩍 마른 ' ! ' 작대기 하나 뻘쭘하게 섰다.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다가

겨우 말 하나 붙잡아 천 근의 돌덩이

등짝에 실어주었다.

"순이야? 그러니까 그게.... 있잖아?"

"있긴 도대체 있는 그게 뭔데?"

말 하나 듣다가 숨이 넘어갈 뻔한

계집에는 횡 돌아서서 멀어졌다.

굴비 엮듯 나래비 세운 말들은 ' " " '

속눈썹 길게 아양을 떨어 묶었다.


먼동이 트려면 까마득한 새벽에

나는 어쩌자고 커피 홀짝거리는지...

간질간질 심장이 뛰고

발그레 영혼이 얼굴 붉히고야 마는,

쓰다 지우고 다시 쓰는 말들이

패잔병처럼 널브러진 시간을

홀로 깨어 주절거린다.


"순이야, 있잖아? 난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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