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워를 벗어난 주택가 이면도로는 한갓졌다. 오가는 차량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한갓진 길만큼이나 길냥이들의 산책은 유유자적 여유로웠다. 점멸등으로 바뀐 신호등은 연신 깜빡였다. 안전은 각자의 몫이랍니다. 알아서들 좌우를 살피시고, 한 손은 바짝 귀에 붙이듯 치켜들고 건너시기 바랍니다. 확성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안내문구처럼 일정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길은 적막했고 여유로웠다. 텅 빈 학교는 커다란 덩치를 잔뜩 웅크리고 졸았다. 담장에 기대 피어난 검붉은 장미가 꽃향기를 뿌렸다. 어둠과 뒤섞인 장미향이 어쩐지 더욱 진했다. 시각이 한 발 물러난 자리를 후각이 차지하고 있어서 그러겠거니 생각했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설핏 지나치기도 했고, 우스꽝스럽게 뜯어보기도 했다. 길을 건너던 고양이의 그것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어기적어기적 느릿느릿 어둠이 골목을 걸었다.
와글와글 왁자지껄 시끄러웠다. 방금 전까지 펼쳐졌던 한밤의 고요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어찌나 시끄럽고 요란하던지 내쳐 길을 갈 수가 없었다. 난장이었다. 한둘이 떠드는 것도 아니었다.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이 뒤섞여 도통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침이 튀고 몇 해 세상을 뒤집어놓았던 바이러스가 우아하게 허공을 갈랐다. 말속에 숨은 가시가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아파트단지와 중학교 담장 사이에 조성된 작은 공원이다. 산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는 좁고 기다랗다. 골짜기를 따라 작은 정자가 두어 군데 있었고, 둠벙 같은 작은 연못이 두엇 있었다. 평소 같으면 뙤약볕을 피해 잠시 쉬어가거나 소나기를 긋는 정도의 한적한 공원이었는데, 요 며칠 비가 내리고 작은 연못 그득하게 빗물이 고였나 보다. 천지사방에 흩어졌던 개구리들이 모두 모여들어 제 잘난 맛에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맹꽁이가 맹꽁하고 울면 뽀각뽀각 청개구리가 받아치는 식이다.
그 옛날 백가쟁명이 이랬을까? 공맹과 안증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다툼에 끼어드는 꼴이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고 애초에 양보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치열했다. '내가 말이야 한때는....'으로 시작된 말은 대대손손 이어져내려 오던 금송아지를 끌어내고서야 겨우 입을 다물었다. 소싯적 천재소리 한 번 듣지 못한 이가 전국 팔도에 단 한 명이라도 있기나 할까? 뜻한 바 있어 입신양명 금의환향의 꿈을 신줏단지 팽개치듯 내려놓고 후학양성에 전념코자 이 골짜기에 터를 닦은 지 어언 40여 년.... 에 이르러서는 패가 둘로 갈라져 주먹다짐을 할 기세였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훈장님의 학식과 덕망이야 요 근방에 떠르르 하니 모르는 이가 없습지요!"
연신 손바닥을 비비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로세. 차라리 개구리 턱수염으로 오랏줄을 만든다 하지 그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