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by 이봄


나름의 의식 같은 거다.

흩어지고 옅어지는 것들 붙들어

단단히 동여매는 다짐이기도 하다.

붓을 든다는 건 그렇다.


없는 재주를 자랑하려는 것

뽐내 뿌듯함을 취하는 것

아예 없다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붙들고 매달릴 수 있는 것

그것이라도 있어 다행인 것

시간을 이겨내고 아침을 맞는 것

그래서

흔들리는 것들 용케도 붙들고

흩어지는 것들 온몸으로 막아서서

한 줌의 것들 씨앗처럼 손에 쥐었다.

수다스럽고 주책맞은 길에

들꽃 하나 품에 품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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