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욕심을 부렸다. 꽃을 좋아하니 온갖 꽃에도 욕심을 냈고, 밤하늘의 달도 달아나지 못하게 붙들어 맸다. 솔숲을 방금 빠져나온 바람도 꾀어 곁에 두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차려진 밥상이 진수성찬이다. 계절을 넘나들며 꽃을 보았다. 꽃그늘에 앉아 수다로 밤을 지새우는 건 덤으로 즐기는 차 한 잔이었다. 별이 쏟아졌고 나비가 군무를 추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게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들꽃 가득한 들녘에 황혼이 내린다는 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송곳 하나 꽂을 땅뙈기도 없고 한 뼘의 잔디를 심을 마당도 존재하지 않았다. 원룸이며 투룸 월세를 비교하며 부동산을 기웃거렸지만, 철마다 꽃은 피었고 솔잎향 가득한 바람이 불었다. 부러울 것 하나 없었다. 답답하거나 좁다 투덜댈 이유도 없었다. 몽글몽글 밥 짓는 연기가 그렇게 향긋할 수가 없었다. 노을이 서산에 걸리면 열린 창으로 나를 부를 터였다.
"래춘아? 그만 밥 먹어라!"
깍지 낀 손으로 산책을 하고 지그시 바라보며 두 눈 가득 서로를 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미뤄도 좋을 것들은 멀찍이 밀쳐내고서 서두르고 조급해야만 하는 것들을 손에 쥐었다. 화를 낸다거나 이유도 없이 미운 마음이 든다거나 하는 것들은 가자미 눈으로 쫓아내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 잠시 제쳐두고서 오늘은 일이나 해야지 할 수 있는 는 게 아니다. 오늘 못한 사랑은 영영 할 수 없다. 평생을 두고 쏟아내도 다 쏟을 수 없어서 늘 부족한 사랑이다.
늘 진해형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사랑했다'가 아니고 사랑한다'이다. 나는 오늘도 너를 사랑한다. 그래서 늘 고운 말들이 들꽃으로 피는 거다. 초록의 바람이 불고, 하얀 찔레꽃이 향기를 더하고, 때로는 타닥타닥 단풍이 꽃불로 타는 일, 그게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