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비가 내렸습니다.
단잠에 빠졌던 나는 부스스 몸을 일으키고
아, 비 오시는구나 말을 뱉고는
이유도 없이 창가를 서성였습니다.
소리만 가득합니다.
귀 쫑긋 세우고 비를 보았습니다.
주룩주룩 자박자박 발소리 가득하길래
오, 그대 오시는구나 하였습니다.
마중하는 마음이야 동구밖이 문제일까요.
도봉산 한 허리 베어내어 징검다리 삼고
너울너울 물살 넘고 말고요.
오신다 말만 하시어요.
투닥투닥 빗소리에 새벽은 달아났습니다.
달아나는 꽁무니에 매달려
졸음 한 됫박 덩달아 달아나면
또르르 눈물처럼 먹물 한 방울 따르고서
오, 은경아?!
부르는 말도, 고맙다 마음 전하는 말도
다만 나는 토닥토닥 다독이다가
사랑한다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조심스러워서 동트는 새벽처럼 고요할 뿐
그만 들었던 붓을 내려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