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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l 17. 2023

마음에 담는다는 것은


그녀가 나의 글이 좋다고 했다.

나는 날마다 글 몇 줄을 빼먹지 않았다.

이야기를 찾아 골목을 두리번거렸고

꽁꽁 언 골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의 글씨가 마음에 든다고도 했다.

그날부터

나의 붓과 벼루는 마를 날이 없었다.

종이를 자르는 칼은 잔뜩 날을 세우고서

서걱서걱 비지땀을 흘렸다.

좋다는데야

마음에 든다는데야

마다하고 게으름 피울 이유가 없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다는 것은

그런 거였다.

하늘에 뜬 해도 달도 따다 주고 싶어서

까치발로 하늘을 기어오르는 거였다.


"난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기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예전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영화에서 까치가 엄지에게 하던 대사이기도 하고, 영화음악에 흐르던 애잔한 가사이기도 하다.

굳이 영화의 대사를 빌어 오지 않더라도 마음이란 건 그렇다.


새벽을 몰아내고 선비라도 되는 양

붓을 드는 까닭은 해도, 달도 따고 싶은

마음일 터다.

"난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우물우물 주문처럼 외는 말들이

새벽에 기대 미소 짓는 시간이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시간에 나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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