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행복

by 이봄


토닥토닥 투닥투닥 내리는 빗소리가 얌전합니다. 누워 듣자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삼복더위도 한풀 기세가 누그러들고 잠자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휴일이 한껏 한갓진 아침입니다.

자는 듯 누워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뒹굴뒹굴 뒤적뒤적 지난 흔적들도 들추고요. 내리는 비에 촉촉이 가슴이 젖어듭니다. 그럴 때면 영락없이 그대 떠오르는 건 오래된 습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시나 어여쁜 그대입니다. 동해의 바닷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는 게 어쩌면 더 빠르겠다 싶습니다. 그대 어여쁘다 입에 달고 사는 날은 끝이 없을 거라서 그렇습니다.

싱겁지요. 뭐 그러면 어떻습니까. 하릴없는 날에 어여쁜 그대 떠올려 까박까박 졸아도 행복인 걸요. 말 두엇에 미소도 짓지요. '은경'이와 '행복'이라는 말, 둘은 본래 하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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