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겨보고 치켜보고

by 이봄

대롱대롱 밤하늘에 달 하나와

우수수 쏟아질 듯 핀 별무리가 그랬지.

화들짝 예쁜 꽃송이도 언제나

담장 꼭대기에 앉아 예쁨을 뽐냈어.

킁킁 꽃향기를 맡으려면 까치발로

발돋움해야만 겨우겨우

옛다 맡아보거라

적선하듯 한 줌 흩뿌려주었지.

고약한 심보야.

닿을 듯 말 듯 새까맣게 속을 태워야만

하는 것들을 꿈꾸고 소원하게 되는 건

뭔 놈의 심사인지도 모르겠고.

잔뜩 고개를 쳐들어야만 하고

까치발로 기어올라야 하는 수고로움은

오간데도 없이 자꾸만 손을 뻗쳐

움켜쥐고 싶은 마음.

아이고, 얄궂어라! 하다가도

붕어의 3초 기억일까.

넘겨보고 올려보다 그만 헤벌쭉 웃는다.

그거면 됐다 고개 끄덕이는

너는 꽃으로 피고 나는 바라보며

한평생 흐른다 해도 서운할 게 무에랴.

곱게 뜬 저 달 어여쁘게 바라보면 그뿐

계수나무 한 그루에 토끼 두 마리

영원히 꿈꾸는 게 더욱 곱거늘.

쿵더쿵 쿵덕

고 녀석들 절구질이 다정도하지.

소원하고 꿈꾸는 것들은 언제나 그랬어.

서너 발짝 떨어지고 높다랗게 매달려

목이 꺾어져라 바라보게 되는 거야.

잡힐 듯 말 듯 달아나지만 마.

그러면 됐지.

소원하고 꿈꾸는 것인 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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