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by 이봄


말수가 줄어들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면벽수도 길을 찾는 이야 말없는 고요가

도를 찾는 지름길이 되겠지만

마음이 말이 되는 사내는 말이 길입니다.

굽이굽이 먼 길에 안개가 끼고

스멀스멀 어둠이 내렸을까요.

말은 줄어들고 길은 희미해 어둑합니다.

재미가 없어요.

시큰둥 새벽이 열리고

언짢은 아침이 뾰로통 얼굴을 내밀지요.

아이쿠 이런, 벌써 아침이야?

까만 새벽 붓을 들던 마음이 달아납니다.

잔뜩 가라앉은 마음에 돌덩이 하나

멍에처럼 짊어지면 한 길 사람 속이

천 길 낭떠러지를 만들기도 합니다.

마음 하나 붙들고 사는 삶인데

먹물 같은 새벽에 앉아

또르르 마음 한 자락 따르고서

말갛게 갠 아침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전부인 사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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