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하나 꾸었다

by 이봄


바람이 제법 불었다.

올려다본 하늘은 새파란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있었다.

뭉게뭉게 흰구름이 꽃처럼 피었다.

얼토당토않게 말간 얼굴이다.

이글이글 햇살 뜨거운데 말간 얼굴이라니.

깊고 깊어 푸르렀다.

잠자리 몇 마리 추임새처럼 날았다.

풍경만 보자면 가을하늘이다.

아, 가을냄새가 났다.

앉아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콕 찍어

굳이 맛을 보았다.

벌써 가을이라니....

일수를 찍듯 이른 가을을 꾸어왔다.

몇 푼의 이자야 미리 맛보는 것으로

아주 기껍게 지불하기로 했다.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처럼 앉아

뜬구름 되고 가을바람으로 불었다.

푸른 하늘에 대롱대롱 꿈 하나

매달고서 싱긋 한낮의 꿈도 꾸었다.

내친김에 꿈도 꾸어왔다.

흥청망청 까먹지 않겠다 약조를 하고

외상 소 잡듯 넙죽 꿈을 꾸었다.

이른 가을에다 남의 꿈까지

가을하늘에 깃발로 걸어두고서

풋사과 발갛게 여무는 가을을 맛봤다.

시고 달큼한 가을이 좋았다.

마치 내 것 인양 편히 앉아 오가는 이들

요목조목 따져 구경도 하다가

바람으로 부는 꿈도 야무지게 꾸었다.

기둥 사이로 부는 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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