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좋은데?

by 이봄

얼마나 좋은데?

"내가 얼마나 좋은데?"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어요. 분명 엄청, 무지막지하게,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데 그게 문제예요. 숫자로 이만큼 얘기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하늘만큼 땅만큼 널 사랑해 얘기하기엔 좀 유치하잖아요. 사실은 그게 정답인데도 그래요. 다 늙어서 두 팔 잔뜩 벌려 커다란 원을 만들고, 까치발 세워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를 수도 없잖아요. 아니, 그렇게라도 할까요? 그게 얼마나 좋은데?' 하고 묻는 물음에 시원한 대답이라면 그렇게라도 대답을 해야지요.

마음이란 놈은 그런가 봐요.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당신이기도 해요. 가슴 가득 채워진 당신이 있으니 꿈속 내내 냇물을 건너고, 산

을 기어올라 오작교 까마귀 등짝이 벌걸게 벗겨지도록 당신을 보았는데도, 눈 뜨면 다시 처음부터 당신이 보고 싶어지는 거요. 그러니 마음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고, 가득 채워 당신과 마주하게 돼요.

온통이에요. 가늠할 수가 없어요. 여기부터 저기까지 널 좋아해! 기껏 달음박질쳐 땅바닥에 선을 긋고 나면

"아니? 아니지.... 겨우 이만큼이 내 사랑이란 건 말도 안 돼!"

결국은 도리질을 하고 말아요. 어쩌겠어요. 해걸음이 모자라도록 길을 달려 닿는 곳까지 땅바닥에 선을 긋는 저라지만, 애초부터 마음에 찰 리가 없잖아요. 해가 밝으면 손에 쥔 몽당연필처럼 닳아버린 작대기를 움켜쥐고서 또 땅끝 저기까지 뛸 테지만, 그것도 턱없이 부족한 사랑이에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처음부터 저울에 달고 자로 잴 수가 없어요. 무량이에요. 너무 커서 담을 수 없으니 양도 없어요. 그저 내 마음 가득 들어찬 그대가 있을 뿐이에요.

그래도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사랑이 필요하다면 날마다 새롭게 이파리 하나씩 밀어 올리는 요런 사랑을 내밀고 싶어요. 제 사랑은 이미 완성된 그래서 더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없는 사랑은 아니에요. 미완성의 사랑이란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기고, 어설픈 사랑이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랍니다. 벌써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꽃 피고 눈 내린 계절도 열 손가락을 몇 남기지도 않았는걸요. 그런데도 날마다 새록새록 당신이 좋아요. 콩깍지의 유효기간이 이 년이니 삼 년이니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다가 피식 코웃음을 치기도 했어요.

"모르는 소리 마라! 영원히 벗겨지지 않는 콩깍지도 있단다."

내 사랑은 꼭 요 이파리들 같아요. 한 잎 두 잎 날마다 밀어 올린 사랑이 하나씩 더해지고 포개져 커다란 숲을 만들었거든요. 중요한 건 겨드랑이에 돋는 날개처럼 아직도 간질간질 연두색 작은 이파리가 꿈틀거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직은 미완성이고,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이기도 해요. 어여쁘고 향기로운 그대 때문이에요. 헤아릴 수도 없는 숱한 글과 고백의 편지를 쓰면서도 내일은 요런 예기를 들려줘야지 하게 되네요. 화수분이에요. 퐁퐁퐁 날마다 맑은 물이 샘솟듯 나는 날마다 그대에게 이야기를 풀어놓게 돼요. 수다스럽다 흉을 보지는 마셔요. 때로는 중천금의 자물쇠를 채우기도 하니까요. 오직 그대라서 그래요. 그대 앞에선 하늘만큼 땅만큼을 망설임 없이 까치발로 외칠 저예요. 날마다 새롭게 아침이 열리듯 내 가슴엔 그대 사랑스러운 마음이 활짝 피어요. 시들지 않는 연둣빛 사랑이에요. 어여쁜 그대 은경이가 그만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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