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하루는 시계추와 다르지 않았다. 늘 같은 속도로 정해진 궤적을 따라 똑딱똑딱 움직였다. 집을 나서는 시간에 첫 번째 음악을 틀었다. 조금 빠르고 신나는 노래다. 아침에 어울리는 노래 하나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온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박자에 맞춰 몸이 움직인다. 종종걸음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노래에 몸을 맡겼다.
"잠시 후 열차가 들어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전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면 세 번째 노래도 끝이 났다. 특별한 무엇이 없다면 늘 같은 노래를 들으며 전철을 탔다. 어제의 흔적을 따라 걸었고 아침의 흔적을 걷어들이며 하루를 마감했다. 똑딱똑딱 시계추가 움직였고 시간이 흘렀다.
어제와 같다는 건 안정적인 하루가 이어진다는 거였다. 특별히 좋을 것도 그렇다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덧입혀져 계절이 여물었다. 벌써 날씨가 덥다고 투덜대던 말들이 조금 더 사나워졌다.
"이런 젠장 할! 얼마나 더우려고 아침부터 이렇게 푹푹 쪄대나 모르겠네."
입술을 댓 발 빼물고 그가 이죽거렸다. 그의 말처럼 햇살은 아침부터 이글댔고 간간이 불어 가는 바람은 잔뜩 열기를 품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이 맵고 썼다. 그렇다고 달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래? 설마 하니 네가 날 죽이기야 하겠니? 중얼중얼 비 맞은 뭣처럼 연신 입술을 꼬물거렸다.
공원에 터를 잡고 사는 비둘기들이 정신없이 날았다. 구구구 인사를 하며 걷던 여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 물리고 저리 몰리다가 결국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공원을 벗어났다. 새우깡 몇 개에 잔뜩 눈독을 들였던 녀석들은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초기의 엔진 소리가 천둥처럼 울었다. 제초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공원의 궤적을 뒤집었다. 막걸리 한 병 보물단지처럼 끼고서 벤치의 그늘에 앉았던 그가 후다닥 자리를 걷었다. 종이컵 가득 따라놓았던 막걸리는 단숨에 털어 넣고서, 주섬주섬 배를 갈라놓은 새우깡 봉지를 가방에 담았다. 그의 하루가 꼬였다. 꼬인 실타래를 냅다 집어던지고 자리를 떴다. 날벼락이었다. 하늘은 파랗고 흰구름 유유자적 흘러가고 있었지만 공원은 경천동지 날벼락을 맞고 있었다. 우아앙 바람이 불고 애애앵 잡초가 잘려나갔다. 한쪽에서는 예초기가 시끄러웠고 또 한쪽에서는 갈퀴로 잘린 풀들을 긁어대고 있었다. 비둘기의 날개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조촐한 술상을 챙길 여유는 없었다. 북적였고 웅성거렸다.
암묵적으로 돌아가던 것들이 꼬여 어제의 궤적은 필요도 없다. 겨우 찾은 흔적 위에서 새들이 날았고 구석구석 자기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떠돌던 이들은 보따리 하나 둘러메고 방황했다. 두리번두리번 시선을 돌리고 그만큼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고 해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웃자란 공원의 풀들이 잘려나가는 것과 동시에 떠돌던 이들의 하루도 싹둑 잘려나갔다. 팔을 쭉 뻗은 거리, 그러니까 80센티미터쯤 되려나 모르겠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를 두고 공존하던 것들이 한 데 뒤섞여 흙탕물로 쏟아졌다. 탁류가 흘렀다. 그것도 거침없이 쏜살 같이 흘렀다. 정신없는 하루가 벼락처럼 열렸고 주섬주섬 그는 말 하나 우물거렸다.
"아, 싫다!"
짭조름 간이 맞아야 좋겠다만 조금 싱거워도 그만이었다. 너무 짠 것보다야 싱거운 게 낫지 뭐....